'매직핸드' 김승현(35ㆍ삼성)은 한국 프로농구가 낳은 최고의 포인트가드다. 전성기 시절인 2000년대 초반 김승현의 플레이는 역동적이고 화려했다. 예측할 수 없는 명품 패스와 패턴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경기를 풀어가는 창의적인 농구는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그러나 고질적인 허리 부상과 전 소속팀 오리온스와의 갈등으로 2010년 3월 돌연 코트를 떠났다. 오리온스와의 분쟁을 해결하고 2011~12 시즌 삼성으로 이적하며 새로운 출발선상에 섰지만 긴 공백에 따른 컨디션 난조와 목 디스크 부상 탓에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승현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 번 해보자'는 각오로 산악 훈련을 비롯한 강도 높은 훈련을 모두 소화했다. 그리고 팀의 주장까지 맡아 재기를 위한 각오를 다졌다. 이러한 결과물이 시즌 개막과 함께 빛을 보고 있다.
김승현은 23일 현재 6경기에 나가 평균 22분21초를 뛰며 평균 4.5점 3.8어시스트를 올렸다. 기록은 저조하지만 지난 22일 동부전에서 보여준 경기 내용은 전성기의 김승현을 연상시켰다. 팀이 속공을 전개할 때 전방으로 찌르는 칼날 패스를 비롯해 상대 수비를 속이는 노룩 패스, 강약 조절을 하는 경기 운영 등 예전 그 모습 그대로였다. 비록 경기 막판 결정적인 턴오버로 팀 패배를 자초했으나 이날 김승현이 보여준 존재감은 상당했다.
최근 프로농구는 정통 포인트가드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대부분 가드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잃은 채 톱니바퀴 돌아가듯 패턴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정형화된 농구 속에 김승현의 플레이는 농구를 보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팀 역시 김승현의 부활 날갯짓을 보며 희망을 찾았다. 삼성은 김승현을 비롯해 이정석, 이시준, 박재현 등 가드 자원이 풍부하다. 네 명을 동시에 내보낼 수 없어 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를 찾는 것이 과제였다. 그 동안 김승현-이정석, 이시준-박재현 조합을 테스트해봤지만 큰 재미를 못 봤고, 22일 동부전에서 답을 얻었다. 김승현-박재현이 나갈 때 공이 잘 돌고 공격도 원활했다. 김동광 삼성 감독은 "김승현-박재현 조합이 나쁘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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