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서 대선 불복 문제가 수면 위로 불거져 뒤숭숭하다. 당 지도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5만여건의 국가정보원 트위터글 공개를 계기로 터져나온 대선 불복 주장은 언제든 재발화할 조짐이다. 물론 대선 불복 주장은 도리어 새누리당 프레임에 걸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오버해선 안된다'는 신중론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22일 국회 긴급의원총회에서 3선의 설훈 의원이 논란에 불씨를 지폈다. 설 의원은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한 외압 등을 거론하며 "대선이 끝난 지 10개월이 됐지만 새로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이 선거 결과가 승복할 수 있는 것이었느냐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00만표 차이로 진 게 문제가 아니라 정상적인 선거였으면 어떻게 됐을까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외에도 중진 의원들 중심으로 "선거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박지원 의원) "현재 밝혀진 것만으로도 얼마나 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할 수 있다"(박영선 의원)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
의총에 앞서 당의 어른 격인 고문들도 잇따라 대선 불복 문제를 제기해 분위기를 조성했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트위터에서 "옳은 것을 말하는데 대선불복으로 비쳐질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더 큰 소리로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정동영 상임고문은 "노도와 같은 국민저항"을 언급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의총 직후 정호준 원내대변인이 수습에 나섰다. 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설 의원의 발언은 대선불복과 연계시킨 발언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고 못박았다. 지도부도 대선 불복이 공론화될 경우 역공의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지도부가 이런 기류를 제어할 수 있을 정도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여부다. 지도부는 대선불복 흐름을 철저히 차단하면서 대여투쟁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경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성의있는 조치가 나오기 전까지 예산국회를 전면 보이콧하고 장외에 집중하자는 주장에다 대선 불복 문제까지 제기할 경우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실제 당내에서는 지도부가 지지층의 불만까지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목희 의원은 "지도부의 단속으로 의원들은 단속할 수 있지만 지지층까지 억누르기는 힘들 것"이라며 "분노의 양과 질이 달라져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오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민주당 전체에서 내부적으로는 대선결과를 인정 못하는 흐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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