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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애들 보는데 외모 비하 광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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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애들 보는데 외모 비하 광고가…

입력
2013.10.2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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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이은주(36)씨는 이달 초 초등학교 2, 4학년인 두 딸과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영화 상영 전 나온 한 성형외과 광고 때문이었다. 광고는 늘씬한 여성이 운동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여성이 쓰고 있던 모자를 벗자 얼굴의 각진 턱이 드러난다. 길 가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마치 못 볼 것을 본 듯한 표정을 짓고, 소개팅에 나간 남성도 주걱턱인 상대 여성의 얼굴을 보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넘어진다. 각진 얼굴형을 가진 이 여성들은 결국 쓰러지며 좌절한다는 내용. 이 광고는 약 30초간 이어졌다.

자신의 불쾌함은 참을 수 있었지만 이씨는 둘째 딸(8)의 말을 듣는 순간 아예 할 말을 잃었다. "엄마, 나도 저 언니(광고 끝에 나오는 갸름한 얼굴의 여배우)처럼 수술할래."

이씨는 "이런 광고가 어린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도 하지 않고, 무조건 보여주느냐"며 영화관과 관계 당국에 분통을 터뜨렸다.

영화관의 상업광고가 관람 등급을 가리지 않고 상영되고 있어 관객들의 원성이 높다. 성형외과와 대부업체 광고가 대표적인데 전자는 외모 지상주의를, 후자는 잘못된 경제관을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학생 자녀를 둔 회사원 김남수(44)씨는 "어느 날 아들이 극장에서 함께 본 대출 광고 노래를 따라 불러 혼을 낸 적이 있다"며 "케이블 방송에서 쏟아지는 대출 광고도 모자라 15세 관람가 영화 상영 전까지 '빠르고 쉽게 돈을 빌려준다'는 광고가 버젓이 나와 황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규제할 방법은 없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에서 주류나 담배 광고만 '전체ㆍ12세ㆍ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전 상영을 제한하고 있을 뿐이다. 불특정 다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방송 광고와 달리 영화 광고는 규제가 엉성해 방송에서 불가능한 광고가 영화관에서는 가능한 경우도 있다. 대부업체 광고가 여기 속한다. 사채업을 양성화한다는 여론의 비판에 2007년 지상파 방송 3사는 대부업체 광고를 금지했지만 케이블 방송과 영화관 광고는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담당 규제기관들도 손을 놓고 있어 개선될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광고, 선전물의 청소년 유해성 확인기준에 따르면 선정성, 폭력성, 반(反)사회성, 사행성 조장 등의 우려가 있는 영상에 한해서만 유해 여부를 판단할 뿐이다. 제도를 바꾸려는 움직임도 없다. 영상물등급위원회 관계자는 "광고 내용 자체가 청소년들에게 유해하지 않는 한 특정 광고를 청소년 관람 불가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광고 종류별로 규제할 계획도 아직 없다"고 말했다.

영화관들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관계자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보는 영화의 광고라면 더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면서도 "구체적인 규제기준이 없는 한 영화관이 자체적으로 광고 내용을 평가해 상영 여부를 결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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