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공기업들도 그렇지만, 한국전력 가스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에너지공기업은 특별히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정년이 보장되고, 보수도 높고, 복리후생도 뛰어나 취업준비생들에겐 늘 선망의 대상이다. 잘 다니던 사기업을 그만두고 공기업의 문을 뒤늦게 두드리는 '늦깎이' 입사지원자들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들 에너지공기업의 또 하나 공통점은 최근 국민 시선이 아주 곱지 않다는 것이다. 한전은 해마다 오르는 전기요금 때문에, 한수원은 툭하면 멈춰서는 원전과 곪아터진 비리 때문에, 그런데도 직원과 퇴직자를 위해선 돈을 펑펑 쓰는 '그들만의 잔치'가 계속돼 국민들은 더욱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에너지공기업들의 부실과 방만에 대한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선 임금.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김한표(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한전 한수원 가스공사 석유공사 등 12개 에너지공기업의 2013년 대졸 신입 사원 평균연봉은 3,220만원으로 집계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ㆍ공공기관 41곳의 평균보다 200만원 정도 높았다.
그러나 고졸채용에는 무성의했다. 고졸자 채용에 적극 나서겠다던 방침과 달리 2011년 이후 고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1,534명)도 대졸자(5,821명)의 4분의1에 머물렀다.
눈에 띄는 것은 무려 150조원에 달하는 부채에 시달리는 에너지공기업의 직원연봉이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 특히 부채비율 1~3위 공기업인 한전과 가스공사, 한수원의 경우 신입사원들의 연봉인상률이 매년 두자릿수에 달했다.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실은"한전의 경우 2009년 신입사원들이 2,300만원 초봉을 받았다가 이듬해 43% 오른 3,300만원, 2011년에는 15% 인상된 3,800만원을 받았다"며 "입사 2년 만에 연봉이 65.2%나 인상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가스공사 역시 2010년 연봉 2,960만원을 받은 대졸 신입사원의 경우, 2011년 36%, 2012년 20.8% 등의 인상률을 기록, 입사 2년 만에 연봉이 4,866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2010년 입사한 공무원의 연봉인상률이 3%, 중소기업은 5%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다.
이 같은 연봉인플레는 '성과급 잔치'때문이란 게 의원들의 지적이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에 따르면 2008~2012년 에너지 공기업 12곳의 성과상여금 총액은 3조3,500억원. 특히 한전(1조6,000억원)과 한수원(6,000억원), 가스공사(2,000억원) 등 상위 5개 공기업의 상여금은 전체의 58%에 달한다고 추 의원은 지적했다. 때문에 국감장에선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공기업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퇴직자에 대한 '선심성 베풀기'도 여전했다. 퇴직자 기념품으로 순금열쇠와 상품권, 여행비 등 1인당 최대 300만원까지 지급해 왔던 것. 김한표 의원은 "부채 더미에 올라앉은 공기업이 기념품 잔치를 벌인 것은 모럴 해저드가 얼마나 심각한 지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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