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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포드 '쑨원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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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포드 '쑨원 마케팅'

입력
2013.10.2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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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미국에서 이룬 엄청난 성공을 중국에서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국의 건국 지도자 쑨원(孫文)은 1924년 6월 12일 당시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인 포드의 창업주 헨리 포드에게 서한을 보냈다. 쑨원은 3장 분량의 서한에서 포드의 중국 투자를 강하게 요청했다. 그러나 포드의 비서는 좋지 않은 소식을 알렸다. "창업주께서는 당분간 중국을 방문하실 계획이 없습니다."

포드가 미시간주 디어본의 헨리 포드 박물관에 보관돼있던 쑨원 서한의 복사본을 20일 홍콩에서 공개했다. 서한을 공개한 것은 자사 '트레짓 커넥트' 차종을 홍콩 택시 시장에 진출시키기 위해서다. 포드가 홍콩 택시 시장 진출에 성공하려면 홍콩 정부에 의해 택시 공급 업체로 선정돼야 한다. 홍콩에는 현재 1만8,000대 정도의 택시가 운행 중인데 이들 택시 차량의 98%를 일본의 도요타와 닛산이 차지하고 있다.

포드가 20일 쑨원의 서한을 공개한 것은 다음날 홍콩 정부가 택시 공급업체 입찰을 하기 때문이다. 모든 중국인이 존경하는 쑨원의 마음 속에 포드가 좋은 이미지로 각인됐던 역사적 사실을 알려 중국인들이 포드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하려는 것이다.

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INYT)는 "2020년까지 전체 매출의 40%를 중국에서 거두기로 한 포드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쑨원 마케팅'을 선택했다"며 "경쟁사 제너럴모터스(GM)가 이미 같은 방법으로 중국에서 성공한 사례로 볼 때 포드의 '쑨원 마케팅'은 승산이 있다"고 내다봤다. GM은 1902년 생산을 시작한 자사의 고급 차종 뷰익이 쑨원과 청나라 최후의 황제 푸이(溥儀)의 마지막 차량이었던 점 등을 활용해 중국 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달 뷰익의 중국 판매량은 7만1,002대로 미국 판매량(1만5,623대)의 4.5배를 넘었다. GM은 1997년 상하이에 뷰익 조립공장을 설립하기도 했다.

INYT는 "89년 전 공장을 세워달라고 구애한 중국이 지금은 외국 자동차 기업의 자국 진입을 강력 규제하고 있다"며 "이제는 포드가 쑨원에게 구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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