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비영리법인 보험연구원의 전체 직원 62명은 작년과 재작년에 연차 휴가를 단 하루도 사용하지 않고 모두 연가보상비로 돌려받았다. 굳이 연차를 쓰지 않아도 특별휴가 6일, 복리휴가 5일의 유급 휴가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연차 휴가가 근속연수에 따라 15~25일인 점을 감안하면 신입사원도 최소 26일의 유급휴가를 보장받은 것이다.
이 회사는 또 개인적인 사유로 청원휴직을 낸 직원에게 평균임금의 60%를 지급했다. 고용보험에서 통상임금의 40%까지 받을 수 있는 육아휴직자에게도 임금의 60%를 줬다. 근무를 하지 않아 인사고과대상이 아닌 자율연구자나 육아휴직자에게 업무 성과를 바탕으로 제공해야 하는 성과연동상여금(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했다.
또 매년 8억~9억원의 복리후생비 예산을 책정해 연구업무활동장려금 등의 명목으로 전 직원에게 지급했다. 직원 1인당 평균 1,000만원 이상의 복리후생비를 받은 셈이다. 연구위원 채용의 기본 자격인 박사학위 소지에 대해 월 15만원의 자격증 수당을 지급, 총 4,140만원의 비용을 추가로 사용하기도 했다. 특별한 사유 없이 평일 근무 시간에 골프장 등에서 업무추진비 카드를 사용한 사실도 적발됐다. 보험연구원의 작년도 경영실적은 약 6,000만원 적자였다.
금융위가 올 들어 산하 연구기관들의 종합감사를 실시한 결과 '방만경영'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는 7월 실시한 보험연구원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를 16일 공개했다. 금융위는 업무추진비의 부적절한 집행 등에 대해 보험연구원에 '경고' 조치를 내렸다.
지난 달 감사 결과를 발표한 자본시장연구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직원 승진과 채용을 하면서 인사위원회 운영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0년 이후 현재까지 21명의 승진자를 결정하면서 인사위원회 심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다. 성과연봉과 연구장려금이 근무성적과 다르게 지급된 사례도 적발됐다.
2월 감사 결과가 나온 금융보안연구원은 외부기관과의 행사에 사용해야 할 '회의 행사비'를 임직원 간담회 비용으로 사용해 '주의'조치를 받았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해 실시된 감사에서 인사위원회 심의 절차를 무시하고 인력을 채용한 게 적발돼 '주의'조치가 내려진 바 있다.
이에 따라 주무관청인 금융위의 감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 산하의 비영리법인과 위탁업무수행기관은 총 140개인데, 금융위는 이 가운데 '상시 인원 50명 이상, 연간 예산 100억원 이상'인 13개 기관에 대해 3년 단위로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13개 기관에 대한 감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험연구원과 자본시장연구원은 1997년 개원 이래 16년 만에 첫 감사가 실시됐고, 금융보안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도 6년 만에 감사가 진행됐다.
금융회사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 산하 연구원들은 대부분 회원사들의 회비로 운영되는데다 정부가 정책연구 용역을 몰아주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이나 다름없다"며 "금융위의 감사업무 전반에 대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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