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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근로시간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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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근로시간 단축

입력
2013.10.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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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싼 재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거세다. 새누리당과 정부가 7일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2016년부터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축소키로 의견을 모은 게 도화선이 됐다.

사용자 측은 미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노동생산성을 지적하며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인 낮은 노동생산성과 고용 경직성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주요 글로벌 자동차 기업 가운데 완성차 한 대를 만드는데 30시간 이상 소요되는 곳도 한국 기업뿐"이라며 "당정안이 현실화될 경우 주말 근무 근로자 소득이 20%이상 감소하게 돼 노사갈등도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반면 노동계는 "한국의 노동시간이 세계적으로 가장 긴 만큼 당연한 조치"라면서도 기업규모별 단계적 시행 등의 '독소조항' 개정을 통한 실노동 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 정문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본부장은 "2020년까지 전산업 연평균 노동시간을 1,800시간대로 단축하기로 한 2010년 노사정합의를 존중해 관련 법안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며 "정부는 근로감독 강화, 중소영세사업체 및 종사자에 대한 지원책과 임금 보전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생산성 제고·노동 유연화 없인기업생태계 망치는 선택일 뿐"시간당 노동생산성 美 절반 못미쳐채용·설비확충도 단기간엔 불가능임금 보전 두고 노사분쟁 확산될 것

정부와 새누리당은 연내 법개정을 통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는 사실상 휴일근로를 금지하겠다는 것인데, 이럴 경우 한 주 동안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지금보다 무려 16시간이나 줄어들게 된다. 너무 급작스럽게 대폭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당정은 기업규모별로 2년에서 최대 4년까지 유예기간을 둘 방침이어서 큰 문제가 없을 거라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11년 기준 2,090시간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300시간 정도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5년 동안 가장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장시간 근로 개선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고, 노사정도 이미 2010년에 단계적 목표를 설정하여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처럼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방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에 관한 것이다.

그 동안 우리 기업들은 초과근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시장상황에 대응해왔다. 고질적 문제점인 낮은 노동생산성과 고용경직성을 극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선결문제로 생산성 제고와 노동시장 유연화가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당정안에는 이 부분에 대한 대처가 빠져있다. 만약 그대로 입법이 강행된다면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의 60% 정도에 불과하며, 미국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주요 글로벌 자동차 기업 가운데 완성차 한 대를 만드는 데 30시간 이상 소요되는 곳도 국내 기업뿐이다.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더욱 심각해서 대기업의 35%에 그치고 있다. 기업들이 추가적 비용상승을 최소화하고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은 생산성 제고밖에 없다. 생산성 향상은 근로자들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우리 노사관계 현실과 근로문화를 생각하면 갈 길이 너무 멀어 보인다. 여전히 현장에서는 생산성 향상을 요구하는 사측과 이를 거부하는 근로자측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노동계는 잔업이나 휴일근로가 줄어들더라도 소득수준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정안대로 근로시간 단축이 현실화될 경우 현재 토ㆍ일요일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소득이 20%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노사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 설비가동시간은 줄어들고, 생산성은 제자리걸음이고, 여기에 인건비 부담까지 증가한다면 어느 기업이 버틸 수 있겠는가?

이에 대해 기업들이 사람을 더 뽑고, 생산설비를 확충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말처럼 쉬운 일이라면 이렇게 산업계가 한 목소리로 우려를 쏟아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 노동시장 현실을 보라. 사람을 마음대로 뽑기도 힘들고 내보내기도 어렵다. 심지어 앞으로는 60세까지 고용을 보장하기까지 해야 한다. 여기에 하루가 멀다고 정치권에서는 노동규제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기업들이 채용을 적극적으로 늘릴 수 있겠는가? 설비 투자를 확대하는 것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자금 사정도 문제이고, 단기간 내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특히 중소기업들에게는 더더욱 불가능한 요구다.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자금사정상 신규시설투자에 나서기도 어렵다.

당정은 산업현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단계적 시행과 노사합의에 의한 추가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현장에서 생산성 향상에 관한 노사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어떠한 대비책도 무용지물이다.

근로시간 단축 정책은 국가경제 전반에 가져 올 부작용을 고려하여 신중히 추진되어야 한다. 당정은 장시간 근로의 근본원인을 해소하기 위한 현실적 노력을 생략한 채 노사분쟁만 확산시킬 법개정을 지금이라도 재검토해야 한다. 이미 산업현장은 그나마 괜찮은 기업조차 감당할 수 없는 통상임금 소송에 일자리 짜내기까지 이중 삼중의 늪에 빠져있다. 정치권과 정부가 기업생태계에 마지막 남은 자생력마저 잃게 할 선택을 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기업규모별로 시행 등 독소조항'무늬만 단축'으로 변질 막아야"한국 노동자 휴일·연장근로 밥먹듯연간 OECD평균 472시간 초과노사정 합의 따른 법개정 서둘러야

한국은 세계적으로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 연간 노동시간이 2,247시간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보다 무려 472시간(21%)이 많다. 장시간 노동은 노동의 질을 떨어뜨리고 질병과 재해의 위험을 높여 노동자 개인에게도 불행한 일일 뿐만 아니라 그 가족과 사회에도 악영향을 준다.

장시간노동이 허용되는 원인은 첫째, 법정 노동시간의 사각지대가 광범하고, 둘째, 기업 인사전략 즉, 무한이윤 확보와 노무비 절감에 맞춰 '과소고용'으로 인력규모의 최소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번, 잔업과 특근에 맞춰진 불안정적 임금체계와 저임금구조, 넷째, 휴식‧휴가보다 오래 일하는 노동문화가 사회적 규범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시간을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이 '무한노동'을 허용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법정 노동시간은 주 40시간과 노사 당사자 합의로 주당 12시간까지 초과근로가 가능하다. 그러나, '노동시간 적용 사각지대', 즉 법정노동시간을 적용 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960만 명(전체 임금노동자 1,740만명의 56%)으로 10명 중 6명에 해당한다.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되는 또 다른 원인은 노동부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으로 법을 해석하여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1주일에 총 68시간(주 40시간+한 주 초과근로 한도 12시간+토요일 8시간+일요일 8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시켜도 법 위반이 아니라는 잘못된 행정해석을 내리고 있다. 그 결과, 실노동 시간이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탈법적 노동시간에 해당하는 노동자가 380만 명(전체 노동자 1,740만 명의 21.8%)으로 5명 중 1명꼴이다.

그러나 사법부의 판단은 노동부와 다르다. 대법원 소속 노동법실무연구회가 발간한 에서는 노동부의 행정해석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법원 판결(대구고법 2013년 1월, 서울고법 2013년 6월)이 잇따라 나오고 있으며, 올해 말에는 대법원 판결까지 예정되어 있다. 따라서 노동부는 잘못된 행정해석을 즉각 시정해야 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난 10월 7일 새누리당과 정부는 당정합의를 통해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연내 처리하기로 하였다. 언뜻 봐서는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당정합의안 내용이 새누리당 입법 발의안으로서 2015년까지의 유예기간과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기업 규모별로 시행, 노사 합의로 주당 20시간까지 초과 근로를 한시적으로 인정하고, 탄력적 근로시간 한도 연장 등 독소조항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노동시간단축의 가장 큰 목적인 실노동 시간단축과 일자리 창출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기업들이 노동시간 적용에 있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만들어져 장시간노동구조는 차기정부 임기가 시작되는 2018년까지 유지될 수 있다.

소위 '무늬만 노동시간단축'이 되어서는 안된다. 박근혜 정부가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2017년까지 고용률 70% 달성과 2020년까지 노동시간을 OECD 수준으로 단축하기 위해서는 휴일근로 연장근로 포함을 비롯한 5인 미만 사업체 종사노동자들과 경비업, 농림ㆍ축산ㆍ임업‧잠업 등 현행 적용제외 종사노동자들에게 시간주권을 전면 보장해야 한다.

참고로 주요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일본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들이 '휴일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에 포함'시키고, 심지어 독일, 벨기에 등 유럽 나라들은 '휴일근로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0년 6월, 노사정위원회에서 2020년까지 전산업 연평균 노동시간 1,800시간대로 단축하기로 노사정이 합의한 바가 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는 노사정 합의를 존중하여 관련 법안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근로㉤?강화, 중소영세사업체 및 종사자에 대한 지원책과 임금보전방안을 마련하고,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를 "단시간 근로"로 채우는 방식이 아니라 전일제 정규직 일자리로 하는 사회적 기준과 원칙을 정하여 법정노동시간이 산업현장에서 준수되고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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