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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뷰] '두레마을 숲속 창의력 학교' 교장, 김진홍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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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뷰] '두레마을 숲속 창의력 학교' 교장, 김진홍 목사

입력
2013.10.2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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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중독 치유' 학교국가가 안 나서니 개인이 나선것… 무학년제·3단계 커리큘럼… 2~3년내 대안학교 인가받을 것교사진이 유능한데…외국 명문대 출신의 신자들… 코넬대 졸업한 아들도 자원 '봉사' 사명감 없으면 일 못해근본적 해결책은 없을까대부분 학생들이 비정상적 가정… 교사의 관심·배려가 가장 중요업체들의 후원과 동참도 기대

두레교회 설립자로 '빈민 목회의 대부'로 불렸던 김진홍(72) 목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교계 지도자로선 드물게 이슈메이커였다. 2007년 대선 때 이른바 뉴라이트 운동을 주도하면서 정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고, 특히 이 전 대통령의 멘토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땐 "매우 애석한 일이지만 대단히 잘못한 일"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한때'정치 목사'의 경계선을 넘나들었던 김 목사를 만난 건 그가 정치를 떠나 경기 동두천시 왕방산 기슭에 '두레마을 숲속 창의력 학교'를 개교했다는 소식에 끌렸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인터넷과 게임, 스마트폰에 중독된 학생들을 치유한다. 그는 이 학교 교장으로 변신해 있었다. 김 목사는 "이런 생소한 학교를 왜 만들었겠냐"며 "국가에서 제대로 안 하니까 개인이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김진각 오피니언담당 부국장 겸 선임기자

"모르긴 해도 세계 최초일 겁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이지만 200만 명에 육박하는 우리의 미래 세대가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중독돼 있는 현실을 어떻게 외면합니까?"

그가 동두천에 정착한 건 2년 전이다. 왕방산 일대 땅 18만㎡를 매입했다. 원래는 수도원을 지어 목회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었고, 여유가 되면 실버타운도 꾸며볼 계획이었는데, 학교로 180도 턴 했다.

"70이 넘으면 노인이잖아요. 원로목사이지만 저도 노인입니다. 목회 외에 사회에 뭔가 기여할 수 있는 다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인이나 수많은 신도들을 만나면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심지어 포르노물에 중독된 우리 청소년들이 셀 수도 없을 만큼 많다는 걸 알았지요."

김 목사는 학교 설립에 앞서 일종의 '시범학교'도 운영했다. 가능성을 타진해보자는 판단에서다.

"지난 봄부터 동두천 두레 수도원 내에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중독된 학생들을 단기간 입소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2박3일이나 5박6일 프로그램을 돌렸는데 효과가 있더군요. 숲속 창의력 학교 문을 열어도 되겠다고 결심했지요."

사비를 탈탈 털어 지난 4월 4,084㎡ 부지에 공사를 시작해 이달 초 완공했다. 1개 동에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로, 기숙사를 갖추고 있다. 30명 정원에 3년 동안 중ㆍ고교 과정을 가르친다. 지금은 학력인정이 안 되지만 2~3년 내에 정식 대안학교로 인가 받을 계획이다.

-학교 프로그램이 특별해야 치유 효과를 낼 텐데요.

"그래서 무학년제, 3단계 커리큘럼을 마련했습니다. 1단계는 힐링과 함께 체력을 키우는 과정이지요. 등산이나 약초 재배 같은 걸 하면 자연스레 힘이 키워질 겁니다. 사회성 함양 단계라고 볼 수도 있죠. 2단계는 인성과 덕성이지요. 주로 창의적인 독서 활동을 할 겁니다. 3단계는 지성을 배양하는 과정입니다. 검정고시나 대학수학능력시험 같은 진학 준비를 하는 단계죠."

-커리큘럼의 질이 중요하겠네요.

"자화자찬 같지만 교사진이 탁월합니다. 인터넷 중독 치유 관련 논문으로 국내 첫 박사학위를 받은 이형초 교사가 커리큘럼을 주도적으로 만들었어요. 심재창 안동대 교수도 적극 참여했고요. 이렇게 만든 커리큘럼을 갖고 미국 코넬대, 뉴욕대, 독일 쾰른 예술대 같은 세계적인 명문대 출신 교사들이 수업하고 있어요. 교사 1명이 5명의 학생들을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어떻게 그런 유능한 교사진들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까.

"코넬대 나온 교사는 제 아들입니다. 졸업 후 연봉 1억원 제안을 거절하고 아버지를 돕겠다고 왔어요. 뉴욕대나 쾰른 예술대 출신 교사들도 모두 독실한 신자입니다. 봉사에 대한 사명감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외국 명문대 출신 중에서 월 200만 원 받고 이런 힘든 일을 누가 하겠어요?"

학교가 문을 연 지 한 달도 안 됐지만 입소문을 타고 벌써 20여명이 등록했다. 모두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한 경우다."학교에 들어온 날 스마트폰을 몽땅 수거했더니 아이들이 어찌할 줄 모르더군요. 심지어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학생도 있었어요. 열흘 지나니까 좀 괜찮아집디다. 한밤 중에 세 시간을 걸어 시내 PC방에 가 있는 학생을 데리고 온 일도 있어요. 중독이란 이런 겁니다." 학생 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종합병원의 정신과 의사 자녀도 있다고 했다.

-학비가 월 130만 원이라면서요. 집안이 어려운 학생湧?입학이 쉽지 않겠어요.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학생들은 수업료를 보조합니다. 외부에서 모금한 돈으로 어려운 학생들의 학비를 지원하는 겁니다.

학교 이름은 김 목사가 직접 작명했다. 인터넷 치유를 넘어서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했다. "우리 학교에 들어온 학생들은 대부분 컴퓨터가 수준급입니다. 과학적 재능이 있다는 뜻이지요. 커리큘럼 중 과학 과목 비중이 높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독을 치유하면서, 동시에 이들이 갖고 있는 과학적 창의력을 키워보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무릇 학교는 재단을 꾸려가는 이사진의 면면도 중요한 법. 송자 전 연세대 총장, 정진곤(한양대 교수)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시골의사 박경철씨 등 교육전문가 10명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성공 여부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겠습니다.

"잘 되면 비슷한 민간 학교들이 많이 생기겠죠. 나쁘진 않지만 안타깝기도 해요. 한창 뛰어 놀고 밝게 생활해야 할 아이들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중독될 때까지 사회는, 학교는, 가정은 뭘 했는지 자성해야 해요. 인터넷 중독 학생 중에는 가정이 정상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가 이혼했거나 결손가정, 아니면 맞벌이로 방치된 아이들에게서 중독 현상이 더욱 심각하게 목도되고 있어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할 텐데요.

"개인적으로는 학교에서 교사들의 관심과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가정에서 관심 받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을 학교가 포용해야 하고, 교사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교육열은 정평이 나 있지만 교육현장은 교육열을 무색하게 합니다. 탁상 교육정책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말로만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 예방을 떠들고 있지 정부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게 있나요?"

-그래도 정부가 학교를 가장 주목하지 않겠어요?

"학교가 잘 되면 당연히 관이 관심을 갖게 되겠죠. 돈도 지원할거고요. 그런데, 컴퓨터는 사실 동전의 양면과 같아요. 세계적인 인터넷 업체 구글이 미국 현지에 세운 중고등학교엔 컴퓨터가 단 한 대도 없어요.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인터넷 중독의 위험성을 알고 있다는 거지요."

김 목사는 조만간 스마트폰 생산업체나 게임 업체들을 찾아다니며 학교 후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업체들은 스마트폰이나 게임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지만, 이걸 이용한 학생들은 중독의 늪에 빠지고 있어요. 업체들이 모를 리 없을 겁니다. 치유에 동참하리라 봅니다."

최근 열린 '두레마을 숲속 창의력 학교' 개교식에는 이명박(MB) 전 대통령도 참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학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목사는 "정치 참여 따위엔 이젠 관심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선 할 말이 있어 보였다. "MB의 공이라면 자유민주주의 체제 확립이라고 생각해요. 국가위상을 높이고 경제도 어느 정도 선방했어요. 하지만 4대강 사업이나, 소위 '형님 문제' 같은 최측근 부분에 있어선 본인이 지혜롭지 못했어요. 인사만 제대로 했어도…"

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거부하지 않았다. "대국민 소통이 약합니다. 민주주의는 설득이 필요해요. 언제까지 대결 구도로 끌고 가려는지 모르겠어요, 권력 잡은 사람은 양보해야 합니다. 넓게 포용해야 해요. 참모를 잘 써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부족하다는 뜻인가요.

"국민 의견을 통합해 가는 기능이 약한 것 같아요. 비전 제시하는 힘이 떨어집니다. 사회가 시끄러울 필요가 없는데 시끄럽잖아요. 분쟁적인 방향으로 자꾸 가는 건 안 됩니다. 여야 정치권은 꽉 막혀 있는데 대통령은 최고 통치자로서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요."

김 목사가 작심하고 던진 코멘트 하나가 귓전을 맴돌았다. "보수와 진보는 상생해야 합니다. 개혁적인 보수, 합리적인 진보가 필요한 시대에 모 아니면 도 식의 인식은 위험해요."

김진각 선임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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