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전국 시ㆍ도교육청의 외국어고ㆍ국제고ㆍ자율형사립고 감사결과를 보면, 부정 입학이나 입시 비리 의혹으로 번질 수 있는 불씨가 곳곳에 있다.
서울의 한 외고는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 응시한 학생 2명이 동점이었는데도 이중 한 학생을 임의로 합격시켰다. 이런 경우 고점자를 가리기 위한 잣대를 미리 마련해 최종합격자를 선발해야 하지만, 그런 규정조차 두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 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의 감사에서 "두 학생이 동점인 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 학교에 대한 처분은 기관경고에서 마무리됐다.
국제중에서 '뒷돈 입학' 의혹이 나왔던 전ㆍ편입학 전형을 부실하게 진행한 사례도 있었다. 대전 지역의 한 외고는 전ㆍ편입학생을 받으면서 주민등록등본조차 받지 않았다. 학생은 3월 5일 전입학했는데, 주민등록등본은 넉 달 뒤인 7월에 발급된 것을 받았다. 합격한 뒤 거주지를 옮겼거나 위장전입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대전시교육청은 이 학교에 시정 통보만 했다. 이처럼 전ㆍ편입학 전형에서 주민등록등본이나 실거주지 확인을 안 한 외고ㆍ국제고ㆍ자사고가 모두 7곳이었지만 징계는 통보, 주의, 경고에 그쳤다.
면접을 하면서 입학전형위원회에서 미리 정한 질문이 아닌 것을 묻는 일도 있었다. 외고와 국제고는 영어 내신성적으로 1단계 선발을 한 뒤 자기개발계획서, 추천서 등 서류와 면접으로 최종선발한다. 면접위원이 특정 학생에게 미리 질문을 알려준 뒤 이를 물었다면 입시 비리로 확대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각 시ㆍ도교육청들은 입학전형위의 심의 없이 면접 문항, 면접표, 심사점수 부여 방법을 맘대로 바꾼 학교 4곳에 모두 주의를 주고 감사를 마무리했다.
5년간 보관해야 하는 입학전형 증빙서류와 기록물 관리를 소홀히 한 학교도 있었다. 경기의 한 외고는 면접 문항지를, 서울의 한 외고는 응시생들의 자기개발계획서를 보관하지 않아 주의를 받았다.
같은 위반 사안인데도 징계 수위가 들쭉날쭉한 일도 있었다. 자기개발계획서에 경시대회 수상실적, 영재교육원 수료사실, 어학인증시험 성적을 적으면 감점해야 하는데도, 이런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학교들이 11곳 적발됐다. 하지만 징계 수위는 가장 낮은 통보부터 주의, 경고까지 달랐다.
추가 조사를 할 경우 더 큰 부정이 밝혀질 수 있지만 교육부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 영훈국제중도 서울시교육청의 특정감사 결과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영훈초 출신 졸업생 편파 채점 ▦주관적 영역에서 5.099999와 같이 비상식적인 점수를 준 사례 등이 야당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들의 공동조사에선 밝혀져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박성민 교육부 학교정책과장은 "시ㆍ도교육청들이 고의로 당락을 뒤바꾼 위반은 없는 것으로 판단해 경징계를 준 것으로 안다"며 "감사 결과를 다시 살펴볼테지만, 추가 감사를 지시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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