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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통-현대 조화'는 합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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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통-현대 조화'는 합격점

입력
2013.10.2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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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다음달 13일 개관한다. 기무사 옛터에 지어진 서울관은 서쪽으로는 경복궁, 동쪽으로 북촌 한옥마을, 남쪽으로 광화문과 가까워 건립 초기부터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관건이었다. 여기에 시공 과정에서 종친부 건물터까지 나오면서 한국 현대미술의 중심이 될 서울관은 조선왕실의 친인척 사무를 보던 종친부 건물을 안고 가야 하는 운명이었다.

22일 언론에 미리 공개된 서울관은 이런 난점을 슬기롭게 극복한 모습이다. 7개 건물 중 천정고가 가장 높은 전시장 '서울박스'에서는 개관 전시로 선보일 서도호 작가의 설치작업이 한창이었다. 민현준 건축가는 고도제한을 피해 건물 높이를 12m로 하되 지하를 3층까지 파 내려가 높이 17m에 이르는 전시 공간을 확보했다. 전면 유리로 이뤄진 서울박스의 벽을 통해 설치작품 뒤로 종친부 건물이 흐릿하게 보였다. "이곳에 설치될 작품과 종친부 건물이 같이 보이도록 일부러 몇몇 창을 크게 냈다"는 민 씨는 "작품을 전시할 작가들은 종친부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광이 유입되도록 설계한 1전시실도 흥미롭다. 유리천정을 통해 들어오는 햇볕이 관람객의 작품감상에 개입해 또 다른 감흥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미술관 측은 "요즘 작품에만 집중하는 전시장보다 주변 맥락에 따라 작품이 다르게 해석되는 공간이 선호되는 추세"라며 "큐레이터 요구에 따라 햇볕을 완전히 차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6개나 되는 마당도 전시공간으로 활용된다.

개관을 앞둔 미술관은 다양한 전시를 준비했다. 먼저 소장품 100여점으로 꾸미는 '자이트 가이스트'전은 한국 대표작가 50명의 작품을 통해 미술이 어떻게 시대정신을 발현하는가를 보여준다. 서울관이 풀어야 할 숙제인 '전통과 현대의 접목'을 고민하는 큐레이터 협력전도 열린다. 한국 미국 영국 인도의 큐레이터 7인이 각자 작가 1명을 선정해 '연결과 전개' 주제로 작품을 선보인다. 이밖에 과천관에서는 인도ㆍ중국 현대미술전이, 덕수궁관에서는 한국근현대회화 100선 전(29일부터)이 열린다. 미술관 측은 개관을 기념해 7,000원에 전시를 모두 볼 수 있는 통합권을 마련했다.

서울관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종친부 주변 돌담 복원이 대표적이다. 문화재보호단체와 주민들의 첨예한 대립 끝에 담 높이는 약 2m로 결정됐다. 열린 미술관을 표방하는 서울관의 취지에 어긋나지만 윤남순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운영단장은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예산 부족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윤 단장은 "미술관 연간 예산이 30억원 밖에 되지 않아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소장품 질 향상을 말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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