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의 드러머 주찬권은 떠났지만 그의 뒤에는 디지털음원 시대를 당당히 거스르는 재발매 LP 앨범과 열렬한 대중들의 환호가 남았다. 지난해 재결성한 들국화의 새 앨범도 후반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팬들을 기대에 부풀게 하고 있다.
들국화 같은 1980년대 대중음악이 한 세대가 지났는데도 풍화되지 않은 모습으로 최근 리바이벌 붐을 맞고 있다.
3년을 차이로 같은 날인 11월 1일 요절한 가요계의 전설 김현식과 유재하는 미공개 음원이 20여년 만에 나란히 빛을 본다. 21일 발매된 '김현식 2013년 10월'은 1988~90년 병상에 있던 김현식(1958~1990)이 통기타와 함께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한 미공개 음원 21곡을 담은 앨범이다. 처음 공개되는 노래가 9곡이고, 기존에 발표했던 걸 다시 부른 게 12곡이다. 생전에 활동할 당시 고인의 앨범을 만들었던 동아기획(현 동아엔터테인먼트) 김영 대표가 1년간 공 들여 제작했다. 그는 들국화 조동진 한영애 신촌블루스 봄여름가을겨울 등의 앨범을 제작한 1980년대 가요계의 명제작자다. 김 대표는 "김현식의 시대를 다시 열고픈 마음도 있었고 가요계에 음악적 다양성이 공존할 수 있길 바라면서 앨범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유재하(1962~1987)는 김현식이 아끼던 후배였고 당시 보기 드문 클래식 전공의 가요 작곡가였다. 그가 남긴 단 하나의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는 불멸의 명반으로 꼽힌다. 이 앨범이 이르면 연말에 LP로 다시 발매된다. LP에는 생전에 고인이 녹음해 놓은 미공개 음원 한 곡이 추가로 담길 예정이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26년 만에 고인의 미발표 곡이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저작권을 갖고 있는 고인의 형 건하씨가 LP에만 수록하는 조건으로 허락해 성사됐다.
댄스와 발라드에 오가며 1980년대를 주름 잡았던 여성 가수들인 나미와 민해경도 나란히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 2월 10년 만에 정규 앨범을 내놓은 민해경은 데뷔 35주년을 기념하는 공연 '아임 민해경'을 다음달 9~10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연다. 단독 콘서트도 10년 만이다. '보고 싶은 얼굴' '그대 모습은 장미' 등 30여곡을 부를 예정이다. '빙글빙글'로 유명한 나미는 17년 만에 신곡을 다음달 발표하고 1992년 이후 출연하지 않았던 방송 무대에도 설 예정이다. 기획사인 TGS의 박선영씨는 "혁신적인 음악과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철저히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가수들의 가창력 경쟁 프로그램인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가 최근 다룬 '전설'들은 들국화, 이문세, 유재하, 전영록, 해바라기, 변진섭, 박남정, 설운도 등 대부분 1980년대 가요계를 이끈 인물들이다.
2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1980년대 음악이 강한 생명력을 갖고 한국 대중음악을 지탱하는 이유는 무얼까. "1980년대는 밴드의 전성기였으며 댄스, 발라드,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공존하면서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들도 음반과 공연만으로도 인기를 끌며 활동할 수 있었던 시기"(대중음악평론가 최규성)였다. 장르의 공존과 언더의 저력이 1980년대를 지금도 환호해 마지않는 한국음악의 황금기로 만들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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