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두산이 벌이는 대망의 한국시리즈. 승부의 키는 양 팀을 대표하는 간판 왼손 타자들이 쥐고 있다. 삼성은 '국민 타자' 이승엽(37), 두산은 '타격 기계' 김현수(25)다. 둘 중 먼저 폭발하는 쪽이 팀을 '가을 축제'의 최종 승자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
이승엽은 올 정규시즌에서 타율 2할5푼3리, 13홈런 69타점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주장 최형우와 함께 3번과 4번을 번갈아 맡았지만 득점권 타율이 2할1푼8리에 그쳤다. 시즌 막판에는 한 달 가까이 엔트리에서 빠졌다. 치열한 순위 싸움이 계속되던 상황에서는 허리 통증의 악화로 몸 만들기에 주력했다.
그래도 이승엽은 이승엽이다. 지독하게 부진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늘 한 방씩 터뜨려왔다. 2002년 LG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전과 쿠바와의 결승전 등 드라마틱한 홈런을 몇 차례나 쏘아 올렸다. 이승엽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3할4푼8리(23타수 8안타)에 1홈런 7타점의 맹타로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
현재 이승엽은 몸 상태에 특별한 이상이 없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훈련과 청백전을 통해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다. 지난 12일, 14일, 18일, 20일 등 4차례 치른 청백전 성적은 15타수 5안타 타율 3할3푼3리에 1타점 3볼넷. 일단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6번으로 선발 출전해 박석민-최형우-채태인의 중심 타선에서 넘어온 찬스를 이어받을 전망이다.
두산도 김현수의 한 방이 절실하다. 시즌 내내 괴롭혀온 발목 통증 탓에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황이지만, '타격기계'가 작동해야 팀도 산다. 무엇보다 김현수는 팀 내에서 삼성에 가장 강했던 타자다. 올 시즌 성적은 타율 3할2리에 16홈런 90타점. 삼성 투수를 상대로는 16경기서 타율 3할8푼2리(55타수 21안타)에 4홈런 16타점을 올렸다.
김현수는 오른손 윤성환에만 9타수 2안타(0.222)로 약했다. 나머지 삼성이 자랑하는 '토종 투수 3인방' 배영수(11타수 7안타ㆍ0.636) 장원삼(12타수 4안타ㆍ0.333) 차우찬(8타수 3안타ㆍ0.375)에는 모두 강했다. 게다가 대구구장(7경기)에서 역시 타율 3할2푼에 2홈런 6타점으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김현수는 '미러클 두산'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팀의 가을 야구에 확실한 방점을 찍겠다는 각오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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