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강동호 대리신입시절부터 고민·고민… '생뚱맞다'는 핀잔에도 일본회사까지 찾아가 설득스마트폰으로 사진 출력 '포켓포토' 상품화 성공현대차 진대성 연구원친구들 대화에서 아이디어… 해외 정보 샅샅이 뒤지며 수차례 시행착오 거울로차 앞유리를 모니터 활용 '레이싱 게임차' 개발
아이디어 하나에 기업의 성패가 좌우되고 아무리 좋아도 길어야 1년 지나면 시장에서 외면 받는 요즘, 대박 아이디어를 내는 직원들은 기업 입장에서 '보물 덩어리'이다. LG전자 강동호(32) 대리, 현대차 진대성(29) 연구원. 둘 모두 2010년 입사한 4년 차 직장인이지만 참신함과 시장성을 두루 갖춘 아이디어로 찬사를 받는 유망주다.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바로 뽑을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프린터 '포켓포토' 아이디어를 내고 상품화까지 성공시킨 강 대리는 최근 1년 치 연봉(약 4,000만원)과 대리특진을 얻었다. 자동차 앞 유리를 게임 모니터로 바꾸고 페달과 핸들을 이용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레이싱 게임차'를 개발한 진 연구원은 팀원들과 함께 상금과 내년 미국 연수 기회를 따냈다. '아이디어 1등'들은 어떤 성공 DNA를 지니고 있을까.
아이디어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학창 시절부터 '아이디어 맨'으로 불렸다는 강 대리는 신입사원 시절부터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자 제품'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다고 한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파일을 컴퓨터로 옮겨 출력해야 하는 불편함에 투덜거리던 내 자신이나 친구들을 떠올렸다"며 그 수고로움을 더는 제품을 만들어 보자 맘 먹었다. 그리고 입사 첫 해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당당히 금상을 탔다.
진 연구원은 "자동차의 커다란 앞 유리가 게임기 화면이 되고 자동차 핸들과 페달로 게임을 할 수 있음 좋겠다는 얘기를 친구들과 나눴다"며 이를 실현하면 운전은 지루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엔터테인먼트의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아이디어는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자연스레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디어 실현 방법이 진짜 승부다.
두 사람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어떻게 실현하고 제품화하는 지라고 입을 모았다.
강 대리는 아이디어 공모전 수상 직후인 2011년 초 포켓포토 상품화 방법을 찾기 위해 선후배 연구원과 함께 관련 해외 사이트를 뒤진 끝에 어렵사리 포켓포토의 핵심인 엔진을 만들 수 있는 일본 회사를 찾아낸다. 강 대리는 "일본 회사 관계자를 만났지만 하필 그 회사가 프린터용 엔진 생산을 중단하려 했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거절 당했다"고 말했다. 강 대리는 사업부장을 설득해 상품화를 반드시 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냈고, 이를 근거로 다시 일본회사 관계자들을 여러 차례 설득해 함께 손을 잡게 됐다.
진 연구원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가장 큰 숙제였다고 했다. 특히 차량 신호를 조이스틱 신호로 딜레이 없이 변환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그는 "0.1초의 시간차가 생겨도 재미가 반감하기 때문에 시간차 없이 신호 변환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며 "해외 유명 게임 회사들이 공개한 조이스틱 정보를 샅샅이 뒤지며 답을 찾고 수 없이 시행 차고를 거쳤다"고 말했다.
또 게임 시작을 위해 차량 시동을 끄고, 속도가 0인 상태에서 버튼을 누르면 앞 유리창이 뿌옇게 바뀌도록 하는 프로그램과 스마트폰과 연동할 수 있게 가상 터치 신호를 주는 프로그램 등 모든 것을 새로 만들어 냈다. 더구나 진 연구원의 기술은 설치비용이 48만원에 불과해 상용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강 대리는 입사 후 홈씨어터 개발 등을 맡는 미디어사업부에서 일을 시작했다. 때문에 포켓포토 아이템을 냈을 때 동료나 선배들로부터 "생뚱맞다"는 핀잔을 들었다. 그는 "고정관념과 계속되는 싸움이었고 그럴수록 오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구본무 LG전자 부회장은 최근 월례회의에서 강 대리의 사례를 언급하며 "포켓포토와 같이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리더들이 독려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는데, 강 대리는 이런 칭찬이 더 많은 획기적 아이디어를 끌어낼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진 연구원은 "자동차 하면 아직도 기계 중심의 연구개발이 우선인 상황에서 전자 제어를 바탕으로 한 아이디어를 내다보니 호응을 얻는 게 쉽지 않았다"면서 이 과정에서 '전자 제어를 이용한 참신한 아이디어가 인상적이다'는 양웅철 부회장과 '참신함과 상용화 가능성을 지녔다'는 권문식 사장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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