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의 선거 관련 5만여건 트위터 글로 인해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이 확산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원론적 대응이다. 그러나 한동안 잠잠했던 국정원 댓글 사건파문이 트위터 글 무더기 발견과 윤석렬 전 특별수사팀장의 폭로 등으로 증폭 조짐을 보이자 내부적으로 당혹스러워 하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의 침묵은 우선 냉각 기간을 갖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가 섣불리 입장을 표명하면 대통령을 전면에 세우려는 야당 공세에 휘말려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정기국회 국정감사 시작 이후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야당의 각종 공세에 대해서도 특별한 반응 없이 거리를 두는 대신 박 대통령의 경제살리기 행보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가 국정감사를 한다면 대통령은 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 외교·안보를 포함한 국정 전반에 대해서 아주 치열하게 국정운영을 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전면에서 야당의 공세를 방어하는 대신 청와대는 국정에 주력하는 모습으로 역할 분담을 한 셈이다.
그러나 이 사안이 대선 공정성과 직결돼 자칫 정권의 정통성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응책을 두고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청와대는 "전 정권에서 있었던 일이고, 댓글이 선거에 무슨 큰 영향을 미쳤느냐"는 입장이었지만, 상당한 규모의 대선 개입 트위터 글이 발견됨에 따라 여론에 미칠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청와대로선 현 정국을 돌파할 뾰족한 방법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가 지금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거리를 두고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2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국정원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당분간 침묵 모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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