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SNS팀이 대선 직전 3개월 동안 무려 5만여건의 대선 관련 트위터 글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난 대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관심이 쏠린다. 1,900여건인 국정원의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보다 15배 이상 되는 양이다 보니 여야 모두 크게 신경이 쓰이는 분위기다. 실제로 21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은"쓰레기 글들이 많이 나왔다고 해서 마음이 바뀌어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하는 사람이 있겠느냐"며 국정원 트위터 글의 대선 영향력에 애써 의미를 두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 "5만6,000건의 트위터 글이면 선거에 미친 영향력이 막대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트위터는 타인에게 글을 보내는 리트윗(재전송) 기능 등 전파력에 비추어 일반적인 인터넷 댓글 달기와는 영향력의 차원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특히 트위터 사용자가 공감하고 자발적으로 리트윗 하지 않더라도, 가짜 계정을 통해 리트윗 숫자를 기계적으로 높이면 이슈가 확산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국정원 SNS팀은 매일 24시간 내내 트윗, 리트윗을 했는데 주로 새벽시간에는 자동 리트윗 프로그램을 가동한 동일한 내용 수십건을 리트윗했다. 카이스트의 한 교수는"트위터를 분석해보면 다양한 사용자 계정을 통해 이슈가 트윗되는 게 보통이지만 몇몇 사람이 실타래처럼 뭉쳐서 서로의 글을 리트윗하는 형태가 종종 보인다"며 "이는 실제로 많은 사람의 공감 속에 확산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9대 총선을 대상으로'소셜미디어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 연구'라는 논문을 작성한 박용수 CBS 마케팅본부장은"친야 성향의 트위터 유력자 116명이 압도적인 야권 지지여론을 만들어 선거당락과 득표율, 20대 투표율 등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트위터는 부정적 여론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정원의 심리전단 활동이 강화된 것도 2011년 10월 서울시장 재선거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의 낙선에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회자된 이후로 알려져 있다. 당시 나 후보의 1억원 피부숍 출입 논란이 트위터를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그러나 국정원 SNS팀이 트윗, 리트윗한 5만여건이 대선에 미친 영향력을 계량화하기는 불가능하다. 5만여건이 다시 무수한 사용자에게 퍼져나갔다 하더라도 선거심리에 영향을 미쳐 투표까지 연결됐는지 알 수 없다. 국정원 개입이 없었다면 108만표 차의 대선결과가 달라졌을지 여부를 가늠하기는 더 어렵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의 학술적 연구결과 등으로 보면 트위터라는 변수 하나로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트위터가 지역과 세대, 경제 이슈 등 다양한 변수들과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bstar@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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