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의 수질 오염을 막을 수 있다고 자랑 삼았던 로봇물고기 관련 원천 기술을 우리 연구진이 뒤늦게 완성시켰지만 상용화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기술 자체의 중요성보다도 정치적 입김에 휘둘리면서 어렵게 확보한 기술을 써먹지도 못할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2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최재천 의원(민주당)에 따르면 로봇물고기 사업을 진행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연구원)이 지난 7월 31일 산업기술연구회에 제출한 '생체모방형 로봇시스템 개발' 최종 결과 보고서에는 하천에 투입돼 수질 관리를 할 수 있는 로봇물고기의 원천기술이 확보됐고, 사업화를 통해 현재 4대강 수중보에 우선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로봇물고기의 등장은 화려했다. 2009년 11월 29일 이 전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물고기처럼 생긴 로봇인데 평소엔 다른 고기와 놀면서 강물을 타다 수질이 나쁘면 중앙센터에 보고한다"며 "이 로봇물고기를 4대강에 운용해 2중, 3중으로 수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듬해 5월 지식경제부는 수중로봇개발단을 가동하며 "4대강 사업이 끝나는 2011년 10~11월에 풀어 넣겠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로봇물고기는 이내 거센 역류를 만났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로봇물고기는 사업 타당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당시 이만의 환경부 장관도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예산심사에서 지경부가 요청한 관련 예산 250억 원도 전액 삼각 됐다.
가장 큰 문제는 원천기술이었다. 로봇물고기가 헤엄치기 위해선 로봇플랫폼 설계 제작, 자율유영 충전기술 등 7가지 원천 기술이 필요했는데 이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이명박 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띄웠던 것. 이후 국정감사 등을 통해 로봇물고기 문제점이 계속 불거지자 정부는 "2013년 6월 투입 예정"으로 계획을 미뤘는데. 4대강 논란이 끊이질 않으면서 이마저도 연기됐다.
그 사이 정부예산 60억 원이 투입됐으며, 연구원은 수중 통신 등 핵심 기술의 개발로 기술 국산화를 이룬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국제특허 4건을 포함해 총 57건의 특허출원 및 프로그램 등록을 이뤄냈다.
최재천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미완성 상태에서 선전용으로 내세우는 바람에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고 이젠 상용화 시도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로봇학회장을 지낸 이장명 부산대 교수는 "미국, 영국, 중국 등 10년 넘게 수중로봇을 연구한 나라도 상용화를 위해서 5~6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며 "지금까지 확보한 기술을 더 이상 사장시키지 말고 해양로봇개발에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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