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선 트위터 여론조작' 수사를 둘러싼 검찰 내부 갈등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났다. 국정원 수사를 이끌어 온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은 작정한 듯 검찰 수뇌부 및 법무부의 외압 의혹과 영장 청구 강행 배경 등을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반면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절차적 흠결'을 강조하고 외압 주장을 '항명'으로 간주하면서 한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국감장에서 수감기관의 수장과 수사 책임자가 사사건건 대립하며 치열한 진실게임 공방을 벌이는 사상 초유의 광경에 검찰 관계자들은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영장 청구 강행 배경
윤 전 팀장이 조 지검장의 집을 찾아가 트위터 관련 수사계획을 보고한 것은 국정원 직원 4명에 대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기 전날인 15일 저녁. 그는 체포와 압수수색 필요성과 향후 수사계획을 A4 용지 2장짜리 보고서에 담아 보고했다. 중대범죄가 명백한데 정식으로 소환통보를 하면 불응할 게 뻔하고 국정원 차원에서 증거인멸을 할 가능성이 높아 즉각적인 강제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사팀 검사들은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의 글들을 보고 "어떻게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느냐"며 상당히 분노했다고 한다.
윤 전 팀장은 조 검사장이 당연히 수사를 독려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조 지검장은 보고절차의 흠결 등을 들어 즉각적인 영장 청구에 반대했고 결국 '재가'를 하지 않았다.
이날 만남의 정황은 양측의 설명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만남의 성격이나 주고받는 대화 등에 대해서는 주장이 엇갈렸다. 조 지검장은 사적인 자리로 정식보고 형태가 아니었으며,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중요한 수사이니 절차를 제대로 지키라는 뜻이었다고 강조했다. 윤 전 팀장이 수사보안을 이유로 대검이나 법무부에 보고하지 말고 지검장이 승인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조 지검장은 윗선 보고 및 법리 검토가 필요했다며 "이렇게 '야매'로 넘어가는 보고는 없다"고 맞섰다.
윤 전 팀장은 이를 심각한 수사 방해나 압력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지난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당시에도 법무부가 2주 동안 시간을 끌어 수사팀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윤 전 팀장 입장에서는 이번에도 법무부에 보고했을 경우 영장 청구를 반대하거나 보류할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날 국감에서 조 지검장에게 "수사를 책임지는 분이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조 지검장이 수사팀을 보호해 줄 수 없다고 판단한 윤 전 팀장은 결국 승인을 받지 않고 16일 영장을 청구했다. 윤 전 팀장은 이를 '결행'으로 표현하며 "지휘 감독이 중요한 규범이지만 더 큰 차원에서 본다면 즉각 수사해야 하는 사건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 지검장은 그러나 "외압이라고 느꼈다면 그걸 느낀 검사한테 문제가 있다"고 맞받아쳤다.
공소장 변경 승인했나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한 17일 오후 윤 전 팀장은 원 전 원장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하겠다고 조 지검장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직무 배제 통보였다. 영장 청구와 관련한 지시 불이행과 국정원 직원 체포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로 윤 전 팀장을 못 마땅히 여긴 조 지검장은 공소장 변경 신청 요구까지 들어오자 불쾌감을 느낀 듯하다. 실제로 조 지검장은 조사 중인 국정원 직원들을 즉각 석방하고 압수물도 돌려주라고 수사팀에 지시했다. 윤 전 팀장은 이를 수사외압으로 여기고 "직무 배제 수용할 테니 공소장 변경 신청만이라도 해 달라"고 조 지검장에게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승인 여부에 대해서는 주장이 엇갈렸다. 윤 전 팀장은 네 차례에 걸쳐 구두로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조 지검장은 "방대한 기록을 살펴보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승인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윤 전 팀장은 "저를 직무 배제 했으면 됐지, 보고를 못 받은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공소를 취소시키기 위한 과정이 아닌가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두 사람이 보인 격앙된 반응에 비춰 볼 때 검찰 내부의 갈등이 이번 트위터 수사과정에 국한된 것이 아닌 듯하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더구나 윤 전 팀장이 법무부의 외압 의혹까지 거론한 만큼 명확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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