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계신 밀양 주민들이 하루빨리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여러분들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서울시민들께 동참을 부탁하며 드리는 한 배(절)입니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는 '밀양 송전탑 문제 해결을 위한 대국민 호소 릴레이 765배와 행진'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펼쳐졌다.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밀양 주민 8명과 밀양 송전탑 서울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 밀양의 친구들 회원 등 18명이 서울시민을 향해 절을 했다. 이날은 밀양 주민들이 송전탑 공사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와 5일간 집회를 열고 시위하기로 한 첫 날이다. 밀양 주민들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배 한배 정성을 다해 절을 했다.
이들은 매번 절을 할 때마다 사회자의 진행에 맞춰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 촉구' '인권 탄압하는 경찰 규탄'등의 의미를 담아 내며 30여분간 모두 합쳐 765배를 했다. 이 숫자는 밀양에 건설 중인 송전탑의 전압규모 765kV를 상징한다.
이날 릴레이 765배에 참여한 밀양 주민 송영숙(57)씨는 "절을 할 때마다 간절한 마음으로 송전탑 공사가 중단되기를 바랐다"며 "몸도 지치고 허리와 어깨가 좋지 않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지만 너무도 답답한 마음에, 왜 우리가 농사일도 제쳐두고 이렇게까지 싸워야 하는지 한 명이라도 더 알아줬으면 하는 심정으로 서울에 올라왔다"고 말했다. 송씨는 또 "국민들에게 밀양 주민들처럼 자기 집 뒤로 거대한 송전탑이 들어선다면 어떻게 할지 물어보고 싶다"며 밀양 주민들 입장에서 생각해주길 당부했다.
이들은 릴레이 765배를 마친 뒤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밀양 송전탑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송전탑은 밀양에 세워지지만, 밀양 주민들의 눈물을 타고 흘러 갈 전기는 온 국민이 사용하는 것"이라며 "무조건 서둘러 문제를 키울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송전탑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대한문에서 정부서울청사까지 행진을 하려던 대책회의의 계획은 경찰이 금지 처분을 내려 무산됐다. 대책회의 관계자는 "18일 1.1㎞ 인도 구간으로 행진하겠다는 집회신고를 냈는데, 경찰이 19일 갑자기 금지 통보를 했다"며 "집회금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열릴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도 공론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밀양 주민들은 25일까지 매일 대한문 앞에서 릴레이 765배와 '밀당'(밀양을 위해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들) 촛불문화제를 열고 경찰청, 국가인권위원회, 청와대, 한국전력공사 등에서 기자회견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특히 한전의 국정감사가 열리는 25일에는 감사장 앞에서 '명분 없는 송전탑 공사 강행 중단'을 촉구할 예정이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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