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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건 모두 뺀… 바람을 닮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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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건 모두 뺀… 바람을 닮은 노래

입력
2013.10.2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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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폴(본명 조윤석ㆍ38)의 음악은 신나지 않다. 별다른 자극이나 놀라움을 주지도 않는다. 때론 그 노래가 그 노래처럼 들리기도 한다. 루시드폴 음악의 풍성한 아름다움을 찾아내려면 귀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 미세한 차이 속에 숨은 아름다움이 들리기 때문이다.

6집 '꽃은 말이 없다'의 최종 믹싱을 막 끝낸 루시드폴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2년 전 만났을 땐 귀를 쫑긋 세워야 들리던 그의 목소리는 약간의 소음 속에서도 또렷하게 들릴 정도로 바뀌어 있었다. 앨범 제작에 대한 고집도 목소리만큼 단단해진 듯했다.

그는 "믹싱만 10번 넘게 한 곡도 있을 만큼 소리에 공을 들인 앨범인데 떨려서 못 듣겠더라"라며 웃었다. 9번째 곡 '바람 같은 노래를'을 가리킨다. 일반 기타보다 두 줄이 더 많은 8현 나일론 기타의 울림이 공간을 감싸는 이 곡에서 그는 '바람 같은 노래를 하고 싶어 / 들릴 듯 들리지 않게 / 애써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 몸을 맡긴 사람은 들을 수 있는 그런 노래'라고 노래한다.

4집 '레미제라블'에서 불쌍한 사람들을 보듬고, 5집 '아름다운 날들'에서 내면의 상처를 쓰다듬었던 그가 이번엔 자연으로 고개를 돌렸다. 서울 북촌의 한옥에서 살며 바라본 바람, 햇살, 나비, 새, 개, 꽃이 이번 앨범의 주인공이 됐다. 일상의 자연을 관조하는 그만의 유미주의는 가사 없이 바리톤 기타로만 연주한 '꽃은 말이 없다'에서 극에 달한다. "지난해부터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않았어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죠. 제가 곡을 작업한 공간도 집이었어요. 작은 마당이 있고 나무와 꽃, 채소가 있는 곳이죠. 아마도 음악에 그게 담기지 않았을까요."

앨범을 만들며 그가 정한 한 가지 원칙은, '불필요한 건 모두 빼자'는 것이었다. 처음 녹음한 원본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그는 "원래 다른 사람들 마음 상하게 하기 싫어서 타협을 하는 편인데 이번엔 내 자신이 후회하지 않는 앨범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전보다 꼼꼼하게 관여했다"고 말했다.

미세한 차이에 더욱 신경을 쓴 건 "작은 차이가 모이면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번 앨범은 나일론 기타, 콘트라베이스, 피아노가 주를 이루는데, 반복해서 듣다 보면 곡마다 바뀌는 기타 음색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기타로 음악을 한 지 십수년이 됐는데도 그간 내 기타가 무슨 나무로 만든 건지 몰랐어요. 기타의 장인을 만나면서 하나둘씩 알게 됐죠. 그 세계를 열어 보니 어마어마하더군요. 창피하면서도 재미있었어요."

스위스 유명 대학의 생명공학 박사 학위를 서랍 깊은 곳에 넣어 둔 그는 4집을 내놓은 2 009년부터 음악을 만들고 글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올 초 소설집 를 낸 그는 최근 브라질의 가수 겸 작가 시쿠 부아르키의 소설 번역을 마쳤다. 앨범 발매에 맞춰 단독 콘서트도 준비 중이다. 다음달 6~10일, 13~17일 서울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공연을 한 뒤에는 다른 지역 팬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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