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시대는 저물 것 인가. 금값이 바닥을 모르고 연일 추락하고 있다. 순금 한 돈(3.75g) 시세는 21일 현재 17만9,000원으로 최근 금값이 가장 비쌌던 2011년 9월(24만원)과 비교하면 25~30% 이상 빠졌다. 그러다 보니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한은이 2011년 이후 매입한 금 90톤에 대한 1조원대의 투자 평가손실 책임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IMF시절 금 모으기 운동으로 나라를 살린 기억이 생생한데, 이젠 금값 하락이 국가적 문제가 될 정도다.
▲ 금은 역사적으로 경기변동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물가불안에 따른 투자 위험을 분산(헤지)하는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1970년대 1온스(28.35g)당 35달러였던 금값은 80년대 2차 오일쇼크 당시 850달러까지 급등한 후 2000년까지 정중동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11년 9ㆍ11테러 이후 1,920달러까지 급등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전세계적으로 골드바 등 투자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 골드러시의 황금기는 올 들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바람이 불면서 급속히 저물고 있다. 미국이 경기 회복세로 양적완화를 축소하면 달러 가치가 올라가고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투자 매력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 최대 금 소비국인 중국과 인도마저 최근 금 소비를 억제하는 규제책을 내놓은 것도 금값 약세를 부추기는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연말 금 가격이 온스당 1,200달러, 내년엔 800달러 선까지 급락할 것을 경고하고 있다.
▲ 그러나 국내에선 금값 하락을 반기는 쪽도 많다. 한동안 금값 급등으로 자취를 감췄던 돌 반지 문화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금은방에는 순금 돌반지ㆍ팔찌 판매가 늘고 있다. 장기근속 사원에게 주는 황금 열쇠 증정제도도 부활하는 추세다. 세정당국의 금융과세 강화 등 지하경제 양성화의 칼날을 피해 투자용 금에 대한 매수가 늘면서 금 밀수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황금의 고유 가치를 믿는 골드마니아들이 있는 한 장기적으로 금값은 다시 반등할 수 밖에 없다.
장학만 논설위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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