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세청 국정감사에는 조세피난처에 계좌를 개설했다가 들통 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인 전재국 시공사 대표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선용 코랄리스 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런데 여당 의원들이 두 사람 중 김씨만 감싸 눈길을 끌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청사에서 진행된 국감에 먼저 증인석에 선 전재국씨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 '블루 아도니스'를 설립한 것이 맞냐"는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의 질의에 "맞다"고 시인했다. 전씨는 또 홍종학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1989년 일시 귀국하면서 남겨둔 70만달러를 페이퍼컴퍼니에 송금했으며, 당시 수입은 별도로 없었는데 이 돈은 외조부 등으로부터 받은 것"이라면서 "이중 80~90%를 미술관 건립을 위한 작품 구입으로 썼고, 나머지는 자녀 학비 등으로 지출했다"고 말했다.
전씨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여당 의원들이 김선용씨가 증언석에 서자 갑자기 태도가 바뀌었다.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서 잇따라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비판하며 공방을 벌인 것.
최근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자산관리공사와 김 전 회장 간의 소송 판결문을 인용해 김 전 회장이 대우 미주법인을 동원해 홍콩에 있는 KMC란 페이퍼컴퍼니에 수천만 달러를 송금했으며, 이중 2,500만원을 데제로프스키라는 인물이 개설한 방콕은행 계좌에 송금했는데 이 데제로프스키라는 인물은 가명이며 실제로는 김선용씨라고 보도했다. 김씨는 홍종학 민주당 의원의 질문을 받고 이 보도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홍 의원이 김씨에게 "데제로프스키라는 가명으로 만든 계좌를 통해 돈을 송금했다가 뺀 것은 돈 세탁"이라고 하자, 서병수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라고 해도 수사권도 없고 조사권도 없는데 민간인을 불러가지고 이렇게 함부로 다루어도 되는 것인지 심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도 "과거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검찰 수사중인 사람에 대해서는 증인을 채택하지 않는 게 관례였다"면서 증인 채택 자체를 비판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김우중 회장 추징금은 비자금 조성이나 횡령 착복과 관련된 전두환 추징금과는 다르다"면서 "이 같은 사실을 김씨가 잘 밝혀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대우그룹 회장실 상무와 대우경제연구소 사장 출신이다.
이날 전재국씨는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인정하며 "깊이 생각했어야 했는데 송구하다.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김선용씨도 "대우사태에 대해 잘 모른다"며 "다만 아버지 추징금 성격이 다르다는 것만 알고 있다. 국민 여러분께 아들로서 죄송하다"고 밝혔다.
한편 오전 국감에선 국세청 고위직 인사의 대구ㆍ경북 지역 편중이 주요 쟁점이 됐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국세청 고위공무원(2급 이상) 34명 가운데 14명(41.2%)이 대구ㆍ경북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상위직급은 더해, 청장ㆍ차장ㆍ지방국세청장 8명 중 6명(75%)이 영남과 대구ㆍ경북 출신이며 고위공무원단 24명 가운데 10명(42%)이 영남권 출신이었다. 같은 당 이낙연 의원은 "향우회 빼고 이런 인사는 처음 본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에서 영업하는 해외법인 절반이 법인세를 한푼도 내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2011년 1,409개의 해외법인 가운데 51%에 해당하는 722개의 해외법인이 국내에 법인세를 내지 않았으며, 1조원 이상의 매출액을 올리고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해외법인도 7개나 됐다"며 국세청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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