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의 요미우리(讀賣) 신문이 21일 야스쿠니(靖國) 신사 대안시설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진보 성향의 아사히(朝日) 신문이 19일 대안시설을 언급한 데 이어 요미우리 신문까지 비슷한 주장을 하면서 그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요미우리는 이날 '빗나간 한중의 대일 비판'이라는 사설에서 "전몰자의 위령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서는 일본에 다양한 의견이 있고 전쟁 지도자에 대한 비판도 뿌리깊다"며 "누구도 거리낌없이 전몰자를 추도할 수 있는 국립시설의 설치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3일 미일 외교ㆍ국방장관 연석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비종교 추도시설인 지도리가후치(千鳥ケ淵) 묘원을 방문한 것을 두고 "야스쿠니 참배에 신중한 대응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했다.
아사히(朝日)는 19일자 사설에서 "외교 마찰을 부르지 않도록 새로운 전몰자 추도 방식을 생각할 수는 없는가"라며 대안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사히는 "야스쿠니는 A급 전범을 합사하고 있어 전쟁 책임을 부인하는 정치성을 띤다"고 지적했다.
두 신문이 비슷한 시기에 야스쿠니 대안시설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지도리가후치 묘원이 급부상하고 있다. 야스쿠니에서 2㎞ 정도 떨어진 지도리가후치는 2차 대전 당시 일본 외에서 사망한 무명 군인과 민간인의 유골을 안치한 곳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가 총리로 재임한 2000년 초중반 지도리가후치의 유골을 확대, 야스쿠니를 대신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자민당 안팎의 반발로 무산됐었다. 이런 경험으로 볼 때 대안 시설의 현실화가 다소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1869년 설립된 야스쿠니는 전쟁에서 숨진 영령을 모시는 대표 신사라는 인식이 일본 사회에 널리 퍼져있다. 야스쿠니에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다고 하나 그들 때문에 야스쿠니의 상징성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많다. 아베가 선거에서 압승하는 등 일본 정치가 보수화하는 것도 현실적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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