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토착 영화사들이 독자적인 투자배급사를 만들며 대기업 계열 투자배급사들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제작가협회)는 회장단 회원사인 리얼라이즈픽쳐스('광해, 왕이 된 남자')와 명필름('건축학개론'), 삼거리픽쳐스('도가니'), 영화사청어람('괴물') 등이 주주로 참여하는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쳐스를 설립했다고 21일 밝혔다. 충무로 토착 영화사들의 독자적인 투자배급사 설립은 이번이 처음이다. 충무로의 주요 영화제작사들이 중지를 모은 회사라 영화시장 재편의 핵이 될 가능성이 있다.
리틀빅픽쳐스의 설립은 대기업 계열 투자배급사의 시장 지배에 대한 저항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제작가협회는 자본과 세를 앞세운 CJ E&M 영화부문과 쇼박스㈜미디어플렉스, 롯데시네마가 영화시장을 과점하면서 영화계에 불공정한 관행들이 횡행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 3개 투자배급사들의 지난해 한국영화 시장 점유율은 74.1%(영화진흥위원회 집계)였다.
제작가협회 회장단 4개 회사가 5,000만원씩 출자한 2억원을 자본금으로 출범한 리틀빅픽쳐스는 올해 안에 제작가협회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20억원까지 증자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해 3편 가량의 영화를 투자 배급하며 업계의 기존 관행들을 바꿔가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리틀빅픽쳐스를 지렛대 삼아 충무로의 오랜 원성을 사온 배급수수료의 합리적 조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주요 투자배급사들은 보통 극장 수입의 10%를 배급수수료로 가져가고 있다. 제작가협회는 투자배급사들이 영화사와 공동 또는 단독으로 영화의 저작권을 가져가는 관행에도 제동을 걸 방침이다. 영화사 등 창작 주체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투자배급사는 저작이용권을 사용하는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제작가협회는 리틀빅픽쳐스를 발판으로 멀티플렉스체인들에 대한 협상력도 높일 참이다. 제작가협회는 주요 멀티플렉스체인 대부분이 대기업 투자배급사들의 관계사여서 극장으로부터 디지털상영시스템 이용료(VPFㆍVirtual Print Fee) 징수 등의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엄용훈(삼거리픽쳐스 대표) 리틀빅픽쳐스 대표는 "참가 회사들의 영화를 우선적으로 투자배급할 계획"이라며 "스크린 독과점 폐해 극복을 위해 특정 영화의 최소 상영 일수 보장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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