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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신청사 건축과정은 한편의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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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신청사 건축과정은 한편의 코미디"

입력
2013.10.2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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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지자 행정·건축에 대한 왜곡된 인식설계·시공·발주자의 '밀당' 담아"한 사람에 책임 물을 수 없는 지난한 과정참여한 이들에 대한 오해 없애고 싶어""국내 공공건축물 시민 의견수렴 부족유리의 투명성, 설계할 때만큼 안 살아"최악의 건축? 시간 가면 익숙해질 것"

지난해 10월 준공식을 연 서울시 신청사는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는다. 주변의 성냥갑모양 키 큰 빌딩들과는 확연히 다른 이 건물에 대해 서울의 새 명물이라는 호평과 흉물이라는 혹평이 극단적으로 교차한다. 날카롭게 맞서는 반응과 달리 이 건물이 어떻게 주춧돌을 놓고 개관까지 했는지에 대해선 대체로 무관심하다.

24일 개봉하는 '말하는 건축 시티: 홀'은 서울시 신청사의 탄생 과정을 진득한 시선으로 되돌아본다. 시청 수뇌부의 갈지자 행정과 건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설계자와 시공자와 발주자의 밀고 당기는 협의 과정 등이 이 독특한 건물의 생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신청사라는 공공건물이 실재가 되기까지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집단적 의사 결정 과정과 공공성에 대한 인식을 함축하기도 한다.

이 영화를 연출한 정재은('고양이를 부탁해' '말하는 건축가') 감독과 신청사를 설계한 건축가 유걸 아이아크 공동대표를 지난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유 대표는 "영화를 통해 신청사 건설과 관련 나도 몰랐던 일들을 상당히 알게 됐다"고 말했고, 정 감독은 "촬영 중 김기덕 감독의 영화처럼 극단적인 평을 받는 선생님 설계 건물의 존재감을 새삼 강하게 느꼈다"고 화답했다.

서울시 신청사 건축은 당초 설계부터 완공까지 한 곳에서 담당하는 턴키 방식으로 대형 시공사에 맡겨졌다가 건축가들의 반발과 문화재위원회의 지적을 샀다. 재공모와 심사를 거쳐 유 대표의 설계안이 채택됐으나 정작 유 대표는 턴키 방식 때문에 신청사 건설에서 배제됐다. 여론이 들끓자 총괄 디자이너라는 직책으로 유 대표는 현장 발언권을 가지게 됐다. 한편의 촌극 같은 이 과정은 공공건축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을 반영한다.

유 대표는 "공공건축의 경우 시민들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공공건축에는 시민들의 의견 수렴과 그 의견을 대변할 발주자가 없다"고 단언했다. "기관장과 정치인들은 건축을 단순히 기술자들이 만들어놓은 것이라 생각한다"고도 비판했다. 정 감독은 "촬영 중 만난 시민 대부분은 많은 건설비에 대해 부정적이었다"고 회고했다. "공공건물일수록 (합당한 고비용을 들여) 더 좋고 아름답게 만들어야 하는데 시민들은 자신들이 향유할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화는 이 건물이 정해진 공기와 건설비 안에서 공사를 마치려는 시공사와, 건축가의 설계를 최대한 반영하려는 건축사무소의 욕망, 공기와 건설비를 고려하며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공무원의 입장이 부딪히며 만들어낸 결과물임을 암시한다. 정 감독은 "한국 사회가 어찌 돌아가는지 잘 모르면서 대부분 표피적으로 판단한다"며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신청사 건설의 지난한 과정을 보여줘 참여한 사람들에 대한 억측과 오해를 없애고 싶었다"고 말했다.

건축에 참여한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특히 설계를 하고도 시공 초기 현장에 자신의 의견을 심을 수 없었던 유 대표의 감회는 남다를 듯. 유 대표는 "한국의 공공건축은 시민의 접근을 막는데 그 점이 항상 못마땅했다. 신청사는 누구나 드나들고 들여다볼 수 있도록 유리의 투명성을 살리려 했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낮에 보면 분을 발라놓은 느낌이지만 내부에 불이 켜진 밤에 보면 디자인적으로는 만족스럽다"고도 했다. 그는 최악의 건물이라는 극단적인 비판에 대해선 "최선의 건축이 없듯 최악의 건축도 없다. '이게 뭐지'라는 반응은 당연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뒷부분은 신청사 준공식 행사장에서 뒷전에 밀리는 건축가의 모습을 비춘다. 서울광장 잔디밭 위 돗자리에 앉아 당황스러워 하는 유 대표의 모습은 건축의 사회적 위상을 상징한다. "서울시장이 신청사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준공 행사에서 건축가를 찾았겠지요. 건축가를 부르는 기관장이 진행하는 공공건축이라면 건설 과정부터가 달라질 거예요."(유 대표) "시청은 영화사보다 전문가들이 더 체계적으로 일할 것이라는 판타지가 있었는데 현실이 이리 코믹한 줄은 애초에 몰랐어요. 후대가 이 영화를 보고 공공건물이 어찌 지어졌는지 알게 되면 정말 코미디로 인식할 듯해요."(정 감독)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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