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지하수ㆍ생태계ㆍ경관보전지구 3등급 지역을 토지비축제 매입 대상에 포함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도는 외국인들의 토지 잠식과 중산간 난개발을 막기 위해 매입 대상을 확대했다고 밝혔지만 환경단체들은 오히려 난개발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도는 최근 토지비축위원회의를 열어 중산간 지역 등에 위치한 마을목장을 비롯해 대규모 토지에 대한 새로운 매입기준을 마련하고 공모절차에 들어간다고 21일 밝혔다.
토지비축제는 관광개발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인 부지확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개발 가능한 토지를 행정기관이 미리 사두었다가 투자자에게 되팔거나 임대해주는 제도다. 도는 지난 2006년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이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도가 지금까지 매입한 비축토지는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등 총 5개 지역 110필지 88만8,000여㎡다. 이 중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일대 39만2,000㎡는 이랜드가 추진하는 '더 오름 랜드마크 복합타운' 조성사업 부지로 매각됐고,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일대 1만6,000㎡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연구센터 신축 부지로 임대했다.
새로 마련한 매입기준을 보면 토지비축 최소 단위를 종전 3만㎡에서 7만㎡로 상향하고 당초 매입기준에서 제외됐던 지하수ㆍ생태계ㆍ경관보전지구 3등급 지역을 매입대상에 포함시켰다. 종전에는 4~5등급 지역만 해당됐지만 앞으로는 보전지구 1~2등급만 제외하고는 모두 매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절, 상대보전지역(보전관리지구) 및 문화재보호법, 농지법 등 관련법령으로 개발을 제한하는 지역은 매입 대상에서 제외했다.
도는 이달 중 매입공고를 낸 뒤 신청자를 대상으로 실무심사와 토지비축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연말까지 매입 대상 토지를 확정할 방침이다. 그동안 공모를 거치지 않고 개발사업용 토지를 매입해오다 특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일자 공모방식으로 전환했다. 올해 토지 매입비는 119억원이 책정됐다. 도는 비축토지 매입 기준 조정에 대해 "중산간 지역의 마을 목장 등과 같은 대규모 토지를 국내외 민간개발에 앞서 적극 매입해 최근 불거지고 있는 외국인 토지 잠식 및 중산간 난개발 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도내 환경단체들은 이 같은 방침이 오히려 난개발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곶자왈사람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개발만을 위한 제도인 토지비축제로 중산간을 보존하겠다는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을 뿐 더러 법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비축토지 매입 대상선정 기준완화를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제주 지역에서 각종 개발사업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고 그로 인한 갈등과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도의 이러한 불통행정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도가 정녕 외국인의 토지잠식과 난개발을 우려한다면 생태계ㆍ경관 등 GIS(지리정보시스템)의 등급을 강화하거나 개발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제주도의회 강경식(무소속) 의원은 "제주의 환경보전을 위해 보전지역 관리 조례를 개정해 등급을 상향시켜야 한다는 주장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지하수ㆍ생태계 3등급 지역까지 사들였다가 개발업자에게 매각하겠다는 발상"이라며 "도는 과감하게 토지비축제를 폐지하고 환경자산토지비축제도로 바꿔 소중한 숲과 곶자왈을 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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