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프로야구 역대 최다인 4번째 맞붙는다.
사상 첫 정규시즌 3연패에 성공한 삼성과 포스트시즌에서 '미러클 두산'을 재현하고 있는 두산은 24일부터 대망의 한국시리즈(KSㆍ7전4선승제)를 벌인다. 1~2차전은 삼성의 홈인 대구에서, 3~5차전은 두산의 안방인 잠실에서 열린다. 여기서도 승자가 가려지지 않을 경우 다시 대구로 이동해 6~7차전을 치르는 스케줄이다.
지난해까지 벌어진 31차례의 KS에서 특정 구단끼리 3번 맞대결 한 경우는 꽤 있었다. KIA의 전신인 해태-한화의 전신인 빙그레, 해태-삼성, 삼성-SK 등이 KS의 단골 손님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4번이나 우승 트로피를 놓고 격돌하는 것은 처음이다. 삼성과 두산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두산 4승1무1패 우승), 2001년(두산 4승2패 우승), 2005년(삼성 4승 우승)에 걸쳐 '가을 잔치'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확률상으로는 삼성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앞선 3차례의 맞대결에선 두산이 2승1패로 앞서 있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31년의 KS 역사 속에서 페넌트레이스 4위 팀이 불리한 악조건을 모두 딛고 최종 승자가 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1990년 삼성, 1996년 현대, 2002년 LG가 준플레이오프(준PO), 플레이오프(PO)를 거쳐 KS에 올랐지만 우승까지 거머쥐진 못했다. 삼성은 100%의 확률, 두산은 0%의 확률을 안고 싸우는 셈이다.
체력적인 부분도 삼성이 조금 유리하다. 삼성은 지난 3일 롯데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을 마친 뒤 3주 가까이 쉬었다. 자체 청백전을 통해 컨디션을 점검했고 부상 중이던 이승엽의 몸이 완전히 회복됐다. 반면 두산은 넥센과 5차전까지 가는 준PO를 치른 뒤 '잠실 라이벌' LG와도 4차전의 PO를 소화했다. 잇달아 호수비를 선보인 야수들과 함께 매 경기 불펜에서 대기했던 투수들도 지쳤다.
하지만 '미러클 두산'선수단에는 뚝심이 있다. 두산은 올 포스트시즌에서 상식과 확률을 모두 깼다. 역대 5전3승제의 준PO와 PO에서 2연패 뒤 3연승에 성공한 사례는 18.8%(3/16)였다. 두산은 넥센과의 준PO에서 2연패, 사실상 시리즈 탈락 위기에 놓였지만 이를 극복했다. 또 준PO를 최종전까지 치른 역대 9개 구단 가운데 PO의 승자가 된 팀은 2006년 한화가 유일했지만 두산은 LG마저 누르고 11%(1/9)의 확률도 극복했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확률은 어차피 확률일 뿐이다. 현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확률을 믿지 않는다"며 "선수들이 지친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의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하는 선수들의 투지와 눈빛이 남다르다"고 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약 3주간 훈련과 휴식을 병행했다. 큰 경기인 만큼 주루플레이와 수비를 중점적으로 지켜봤다"며 "사상 최초로 정규시즌 3연속 우승을 달성했으니 내친김에 한국시리즈까지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만약 삼성이 우승하면 역시 한국 프로야구에서 처음 나오는 3년 연속 통합 우승이다. 두산이 최종 승자가 돼도 정규시즌 4위 팀의 사상 첫 KS 제패다. 누가 이기든 프로야구 새 역사는 쓰여진다. 2013 KS가 어느 해 보다 기대되는 이유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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