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올해 1학기 조교 업무를 본 물리학과와 수리과학부 대학원생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조교 인건비 대부분은 BK21사업의 연구장학금으로 충당해왔는데, 올해 초 이 사업이 종료되면서 미지급 사태가 불거졌다.
20일 서울대에 따르면 올해 3~6월 물리천문학부 물리학과에서 강의 조교(TAㆍ학생들의 실습을 돕는 역할)로 일한 대학원생 40여명의 인건비 6,000여만원이 한 푼도 지급되지 않았다. 수리과학부도 비슷한 상황으로, 학교측은 미지급된 액수와 인원을 파악 중이다. 당초 학교는 임금을 4월과 7월에 나눠 주겠다고 공고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언제 지급되느냐"는 대학원생들에게 학교는 "BK 장학사업이 재개되면 소급해서 주겠다"며 차일피일 미뤄왔다.
10월 중순이 지나도 임금을 주지 않자 학생들은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조교임금체불학생모임'을 만들고 17일 학내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이들은 "BK 장학금으로 조교의 인건비를 대신해 온 물리학과 시스템이 근본 문제"라며 미지급 인건비를 조속히 지급하고, TA 인건비를 BK 장학금과 분리해 책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학과가 속한 서울대 자연과학대는 수학, 물리 등 핵심 교양과목을 맡고 있어 TA가 많이 필요하지만 학교 재원으로는 30% 밖에 채우지 못해 나머지 70%를 BK 장학금으로 충당해왔다. 그런데 BK21사업 2단계가 올해 2월 끝나고 후속 BK21 플러스 사업이 계획보다 7개월 연기된 올해 9월에야 시작되면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서울대는 교육부가 사업을 상반기에 시작하고 인건비도 소급해 지급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는데 막상 9월이 돼서야 '사업기간이 아니어서 소급 지급은 안 된다'고 결정해 문제가 생겼다는 입장이다.
김명환 서울대 자연과학대 학장은 "교육부의 결정 번복에 난감하다"면서 "지금이라도 미지급금을 해결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노현 서울대 연구처장은 "향후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 부처와 협의를 통해 TA 인건비 조달을 비롯한 대책을 고심 중"이라고 덧붙였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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