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독점권을 가진 막강한 검찰 조직마저 흔드는 국가정보원의 위력은 과거 군부 독재 시절에 만들어진 국가정보원 관련 법이 있어 가능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1963년 제정된 ‘중앙정보부직원법’에서 유래한 국가정보원직원법 제23조는 검찰 등 수사기관이 국정원 직원을 수사할 경우 개시와 동시에 지체 없이 국정원장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국정원 직원을 구속하려면 현행범 외에는 미리 국정원장에게 통보해야 하고, 현행범도 구속하면 지체 없이 통보하도록 돼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통보해야 하는 수사의 범위를 설정하지 않아 국정원이 마음먹기에 따라 악용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다. 조항이 전면 개정되지 않는 이상 수사기관은 앞으로도 국정원 직원의 사소한 비리부터 ‘대선 개입’과 같은 권력형 의혹까지 소소하게 국정원장에게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
더욱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과 체포 과정이 국정원장에게 통보해야 할 사안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다. 자의적인 법 해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이 직무에서 전격 배제된 데는 국정원 직원 3명을 체포해 조사하면서 통보 시점을 어겼다는 남재준 국정원장의 항의도 주 원인으로 작용했다.
유독 국정원 직원에 한해 이런 규정을 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검찰청 및 경찰청법 어디에도 소속 직원의 수사를 지체 없이 관련 기관장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규정은 없다. 일반 공무원에 적용되는 국가공무원법 제83조도 감사원의 징계 절차와 수사 진행이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 수사기관이 ‘수사 개시 이후 10일 이내에’ 소속기관장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오히려 공무원에게 특혜를 준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수사상)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수사사실을 통보하지 않아도 되도록 근거 규정까지 마련해 뒀다.
법조계에서는 국정원 직원에만 특혜를 주는 이 조항이 위헌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3조의 경우 헌법적인 관점에서 타 공무원과의 평등권 침해 및 사회정의 실현에도 장애가 되는 조항으로 보인다”며 “현행 형사소송법에 수사대상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여러 장치와 법적 절차가 있어 충분히 비밀 유지가 가능한 만큼 이 조항은 즉시 삭제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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