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 새누리당의 존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여당으로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감시나 건전한 대안 제시 등은 보이지 않고, 그저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헤아리는 데에만 주력한다는 느낌이다. 아무리 '청와대 엄호'가 여당의 고질이라지만 도를 넘고 있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퇴 과정에서 이 같은 분위기는 노골화했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방식에 반대 의견을 내며 사퇴한 진 전 장관에 대해 여당은 그를 배신자로 낙인 찍기에만 열을 올렸다. 두 연금의 연계 방식에 대한 문제점이나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 후퇴 부분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없었다. 채 전 총장 사퇴 과정에서도 대통령을 공격하는 야당에 맞서 변호에만 주력했을 뿐, 청와대의 권한 남용 견제 등 여당 최소한의 임무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당직자들은 청와대 비서실장의 만찬에 참석하여 정치적 격려에 신경을 썼다.
중반으로 접어든 국정감사 기간이 보여준 여당의 모습은 점입가경이다.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대선 댓글 의혹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사실 관계 확인은 뒷전으로 미룬 채 민주당이 대선 패배 분풀이에 나서고 있다며 윽박지르는 데에만 열심이다. 정치적 방어를 하더라도 사실 관계 확인이나 잘못된 부분은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군의 정치 개입을 비판하기는커녕 '댓글 정도가 대선에 무슨 영향을 미쳤겠느냐'고 반박하는 정도니 집권 여당으로서의 최소한의 책무를 간과하고 있는 셈이다.
여당 주류인 친박계는 지난 정권에서는 정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지금의 여당 내부에서는 강경기조로 가는 청와대 의중만 살피며 그대로 따르겠다는 분위기만 팽배하다. 새누리당이 정부와 청와대를 견제하는 국회 제1당으로서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당청 관계의 회복은 물론 국회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 여당 전체가 청와대 심기를 거스를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으로 회귀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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