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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0월 21일] 나의 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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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0월 21일] 나의 몰카

입력
2013.10.2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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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생이 결혼을 했다. 노총각이라는 타박을 들은 지 벌써 몇 년. 죽기 전에 저 녀석 장가 가는 걸 봐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할머니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으셨다. 하지만 기념 사진을 촬영할 차례가 오자 극구 찍지 않겠다고 손사래를 치며 말씀하시길, "찌글찌글한 얼굴 보기 싫다. 젊은 사람들끼리 찍어라." 할머니의 말에서 당신의 골 깊은 주름과 노쇠해진 몸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지 않다는 뜻이 간절히 전해졌다. "할머니 얼굴이 뭐가 어때서?"라고 팔을 끌어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내 눈에 비친 할머니의 모습은 수수하고 곱지만, 할머니의 눈에 비친 할머니 모습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사실 피사체로서야 세월의 흔적이 가득 묻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얼굴만큼 훌륭한 건 없다. 얼굴 사진이 주로 전시된 갤러리를 둘러볼 때 특히 그런 느낌을 받는다. 주름살은 얼굴의 골목인 것도 같고 삶의 미로인 것도 같고 시간의 형상인 것도 같다. 시간의 주름과 공간의 주름이 착착 접혀 얼굴에 깊이의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다만 피사체로서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남의 얼굴일 뿐, 깊은 주름에 덮이고 피부가 쳐지는 내 얼굴을 달가워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날 할머니는 끝내 사진사의 카메라 앞에 서지 않으셨다. 대신 나는 몰래 내 카메라의 줌을 당겨 할머니 얼굴을 몇 장 담았다. 할머니가 보기 싫어하는 할머니의 얼굴을, 나 혼자서나마 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시인 신해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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