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신도심 건설현장을 오가는 대형 덤프트럭들의 난폭운전이 극심,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운전자들은 트럭 적재함에서 돌과 흙을 떨어뜨려 차량을 파손하고 도주하는 등 이른바'무법천지'를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과 행정도시건설청 등 관계기관의 계도나 단속은 유명무실하다.
19일 오후 1시 50분쯤 세종 새롬동 인근 국도1호선(세종에서 천안 방향) 지하터널을 통과하던 덤프트럭의 적재함에서 수백개의 돌이 쏟아졌다. 느닷없이 도로에 쏟아진 돌더미들은 마침 옆차선에서 뒤따르던 승용차 2대의 전면 유리를 깨뜨렸다. 승용차 운전자 윤모(51)씨와 김모(53)씨는 이 돌더미를 피하느라 황급히 핸들을 조작하며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사고지점이 지하차도 안이어서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덤프트럭 운전자 강모씨는 사고현장을 유유히 빠져 나가 그대로 도주했다. 피해차량 운전자들이 뒤쫓아 사고를 일으킨 덤프트럭을 멈춰 서도록 한 뒤 강씨로부터 낙하물로 유리를 깬 가해 사실을 확인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강씨는 차량 수리와 차량 대차 보험처리를 거부했다. 덤프트럭 기사들 사이에는 '적재함 낙하물 사고는 오리발을 내밀어도 된다'는 비뚤어진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행정도시건설청이 난폭운전과 뺑소니 방지를 위해 도입한 차량 이력제도 무법천지를 연출하는 난폭한 덤프트럭 기사들에겐 비웃음거리다. 사고를 낸 강씨의 덤프트럭역시 차량 앞ㆍ뒷면에 공사현장과 운반업체 소속을 큰 글씨로 표기ㆍ부착토록 한 차량이력제를 지키지 않았다. 때문에 이 차량은 불법으로 골재나 토사를 반출하는데도 이용되는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불법 골재ㆍ토사 운반차량은 감독 공무원이나 현장 관계자가 근무하지 않는 토ㆍ일요일이나 공휴일에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 불법 운반차량은 차량 이력제를 지키지 않는 특징이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처럼 세종 건설현장에서 난폭운전과 뺑소니를 일삼는 덤프차량 때문에 피해를 입는 운전자가 하루에도 수 십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덤프트럭의 적재함 낙하물이 떨어져 차량 유리가 깨지는 등 피해를 입었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운전자만도 하루 평균 5~6명씩 헤아린다. 민원인들은 신고를 하지 않는 피해 차량을 합치면 하루에 수 십 명이 덤프트럭의 난폭운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셈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김동규(43)씨는 "2개월 전 차량 운행 중 옆을 지나던 덤프트럭 적재함에서 돌이 떨어져 전면 유리가 깨지는 피해를 입었지만, 덤프트럭이 도주해 자비를 들여 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경우처럼 직접적인 피해도 문제지만, 여성운전자와 운전경력이 짧은 운전자들에게는 덤프트럭이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다. 정소현(32ㆍ세종 한솔동)씨는 "출퇴근 때 난폭하게 달리는 덤프트럭에서 돌이나 흙덩이가 차량 앞으로 떨어지는 사례가 잦아 걸핏하면 사고 위험 걱정에 사로잡힌다"며 "덤프트럭만 봐도 주눅이 들고 가슴이 철렁한다"고 말했다.
윤형권기자 yhk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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