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완벽할 수 없었다.
'괴물' 류현진(26ㆍ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 눈부신 이정표를 남기고 2013년 시즌을 마감했다. 대망의 월드시리즈를 밟을 기회는 오지 않았지만 뚜껑을 열기 전 물음표로 가득했던 시선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류현진은 지난 19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7전4선승제) 세인트루이스와의 6차전에서 팀이 0-9로 대패, 2승4패로 탈락하면서 7차전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로써 월드시리즈 진출 문턱에서 아쉽게 발을 돌린 류현진은 8개월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올 시즌 성적은 192이닝을 던져 14승8패 평균자책점 3.00 154삼진을 기록했다. 또 세인트루이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로 한국 선수 최초의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선발승을 올렸다.
류현진은 시즌을 결산하는 자리에서 "처음에 내가 14승이나 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신인으로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첫 해에 할만한 것은 다 해봤기 때문에 아주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 시즌을 아픈 데 없이 끝까지 완주한 것도 매우 좋았다"고 덧붙였다.
논란을 실력으로 잠재운 류현진
다저스는 지난 겨울 류현진의 영입을 위해 총 6,173만달러(약 664억원)를 투자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은 빅리그 경험이 전무한 류현진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못 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스프링캠프부터 흡연과 달리기 꼴찌에서 기인한 체력 논란과 등판일 사이 불펜 투구를 하지 않는 습관까지 온갖 트집을 잡았다.
류현진은 여러 논란을 실력으로 잠재웠다. 잭 그레인키, 채드 빌링슬리, 조시 베켓의 연쇄 부상으로 클레이튼 커쇼에 이어 팀의 두 번째 선발로 정규시즌을 시작한 류현진은 전반기에만 7승3패 평균자책점 3.09를 올리고 팀의 선발 로테이션 한 축을 확실히 꿰찼다.
4월8일 피츠버그를 제물로 6.1이닝 동안 2실점으로 두 번째 등판 만에 빅리그 통산 첫 승을 올렸고, 5월29일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9이닝 2안타로 막아 첫 완봉승(3-0)을 수확했다. 류현진은 후반기에도 7승을 보태 총 14승을 쌓았다. 14승은 2002년 일본인 투수 이시이 가즈히사(14승) 이후 다저스 신인 최다승이다.
류현진은 또 포스트시즌 첫 등판인 애틀랜타와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 등판에서 3이닝 4실점으로 부진하자 팔꿈치, 등 부위 부상을 숨긴다는 의혹이 따라붙었지만 챔피언십시리즈 7이닝 무실점 역투로 부상 의혹을 말끔히 털어냈다. 류현진은 "안 아프다고 말을 하는데 누구도 믿어주지 않아 답답했다"고 고백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CBS스포츠는 다저스의 시즌을 결산하는 기사에서 류현진을 2013년 팀의 MVP 중 한 명으로 꼽았다. 이 매체는 "한국에서 데려온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3선발 중에서도 최고로 꼽힐 만한 활약을 펼쳤다"고 전했다.
내년에도 입지 탄탄 '선발 빅3'
실력으로 자신의 진가를 입증한 류현진의 내년 전망 또한 '매우 맑음'이다. 미국 일간지 LA타임스는 다저스의 2014년을 포지션별로 나눠 전망하는 기사에서 "커쇼와 그레인키, 류현진은 내년에도 선발 빅3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현진은 시속 140㎞대 후반의 직구와 주무기인 체인지업 그리고 슬라이더, 커브 등 4개 구종을 앞세워 꾸준히 승수를 쌓고 22차례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 투구) 피칭을 하면서 기복 없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내년을 대비해 특별히 보완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거의 없다"면서 "새로운 구종 개발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긴 시즌을 뛸 때 필요한 체력 안배 요령과 장거리 이동에 따른 시차 적응이다. 류현진은 "동부 지역 원정 때 시차 적응에 좀 애를 먹었다"고 털어놓은 뒤 "하지만 (경험을 했으니까)내년에는 좀 나아지지 않겠나"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직 귀국 일정이나 내년 시즌을 대비한 훈련 일정 등 향후 계획은 전혀 잡아놓은 것이 없다는 류현진은 "푹 쉴 만큼 쉬고 생각하겠다"면서 "비시즌 때 한국에 가는 일정 등은 가족과 상의해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보스턴은 20일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1-2로 뒤진 7회말 셰인 빅토리노의 결승 만루 홈런에 힘입어 디트로이트를 5-2로 제압했다. 4승2패로 시리즈를 마친 보스턴은 2007년 이후 6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이로써 올해 대망의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는 보스턴과 내셔널리그 챔피언 세인트루이스가 맞붙는다. 1차전은 24일 오전 8시30분 보스턴의 펜웨이파크에서 열린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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