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남부 항구도시 말라가시 소재 말라가대학에서 사서로 일하는 라몽 아란다 낀따나(42)씨는 학내에서 '한국 알림이'로 통한다. 한국국립중앙도서관의 지원으로 본인이 근무하는 사회과학대 도서관에 2011년 설치된 한국자료실을 책임지며 학생들에게 한국과 한국문화를 소개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만난 라몽씨는 "한국을 전혀 몰랐던 내가 2년간 한글을 공부하고, 시청각자료로 한국문화를 접한 덕분에 지금은 누구보다 더 한국을 잘 안다"며 "한국 관련 자료를 찾으러 오는 학생들은 모두 나를 찾는다"며 웃었다. 그는 국립중앙도서관이 개최하는 '해외 한국학 사서 워크숍'(13~19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한국관련 교재 및 서적 2,000여책(CDㆍDVD 포함)을 관리하고 있지만, 한국은 매우 낯선 나라였다. 한글을 몰라 자료목록을 만들기도 어려웠을 정도. 그러나 한류열풍 덕분에 한국문화가 유럽에도 소개돼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졌고, 때마침 학내에 개설된 한국어 전공 과정도 등록했다.
"스페인에서 유일하게 학위를 수여하는 한국어 전공이 개설돼 당장 등록했죠. 이번이 3학기 째인데, 쉬운 아동도서부터 시작해 지금은 한국어를 읽고 쓰고, 한글 자막이 나오는 영화도 볼 줄 알 정도에요. 이쯤 되니까 자료실을 찾는 학생들에게도 한국과 한국 문화를 이제는 좀 자신 있게 설명하죠."
그 덕분인지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이 초기 40~60명에서 현재 140명 정도로 늘었다고 한다. 그러자 올 2월엔 라몽씨가 한국화가 2명을 초청해 전시회도 열었다. 그는 "우리 대학에서 개최한 첫 번째 전시였는데 꽤 호응이 좋았다"며 "10월 마지막 주에는 한국문화주간으로 또 다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라몽씨는 "역사박물관 창덕궁 등을 견학하며 공부할 때 배운 것을 직접 봐 뜻 깊었다"며 "특히, 한국 관련 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찾는지 배운 걸 어서 빨리 학생들에게 소개해주고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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