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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쿵쾅 안돼" 주민끼리 층간소음 자율 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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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쿵쾅 안돼" 주민끼리 층간소음 자율 협정

입력
2013.10.1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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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5층에 사는 주민이 이웃에 사는 아이들의 뛰어 노는 소리에 잠을 못 자고 있대요. 만약 이런 민원이 들어오면 어떤 방법으로 조정하는 게 좋을까요?"(서울시 공동주택활성화 전문가)

"주민조정위원 중에 소음이 발생한 곳에서 가장 멀리 사는 위원들을 투입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가까운 데 사는 위원이라면 피해 주민 입장만 들을 것 같아요."(은평구 제각말아파트 주민 A씨)

"먼저 피해 주민과 소음을 낸 주민에게 각각 한 명씩 위원들을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피해 주민에게는 위로를 건네고, 소음을 만든 주민에게는 이해를 시켜야 하는 게 중요하니까요."(같은 아파트 주민 B씨)

330세대가 모여 사는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제각말 5단지 아파트. 이 아파트 주민들은 7월부터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이면 단지 내 게스트 하우스에 모여 2시간씩 머리를 맞댄다. 층간소음을 조정하고 해결하기 위해 구성된 12명의 주민조정위원들이 층간소음 민원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대책을 강구하는 가상 조정 연습이다. 주민 스스로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자율적인 조정위원회를 만든 것은 서울시내에서 이 곳이 처음이다.

제각말 5단지 아파트는 지난 3월 서울시의 '공동주택 층간소음 분쟁해결 7대 대책'발표 후 시범단지로 선정됐다. 서울 YMCA이웃분쟁센터, 지역 커뮤니티 플래너 등이 파견돼 주민조정위원 12명을 선발했고, 위원들은 4개월간 분쟁 해결 교육을 받아왔다.

교육을 마친 주민들은 7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주민자율조정위원회를 운영하며 층간소음을 막기 위한 주민협약서를 만들었다. 협약서에는 우선 층간소음의 대상(사람이 뛰는 소리, 가구 이동 소리, 음향기기 소리, 고성방가 등)을 명시했다. 층간소음의 개념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또 층간소음 집중자제시간도 오후 10시~오전 6시로 정해놨다. 이 시간만큼은 각별히 이웃 주민을 배려하도록 신경쓰자는 취지다. 이와 함께 실내 슬리퍼 착용, 오후 9시~오전 8시 청소기 사용 금지 등 층간소음 발생 방지를 위한 생활수칙 10개 조항과, 층간 분쟁해결을 위한 노력 4개 조항을 마련했다. 이 협약서에는 제각말 5단지 330세대 중 270세대가 동의했고, 이후 층간소음 민원은 아직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주민자율조정위원회가 생기자 자연스레 이웃을 배려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주민 김미항(49)씨는 "평소 모르고 지내던 이웃끼리도 서로의 안부를 묻게 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소음을 일으키지는 않았나 묻기도 한다. 모임을 갖게 되면 엘리베이터에 마련된 주민게시판에 알려 먼저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춘희 서울시 공동주택활성화 전문가는 "자발적으로 주민들이 협약서를 만들고 동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층간소음을 미리 방지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민원 조정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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