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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인터넷 인증 왜 이리 복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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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인터넷 인증 왜 이리 복잡하지?

입력
2013.10.1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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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이건 사야해 !' 구글 크롬 브라우저로 쇼핑몰의 패션잡화 카테고리를 훑어보며 마우스 스크롤을 굴리던 손이 멈췄다. 노트북도 들어갈 것 같지만 그리 커 보이지는 않는, 어느 옷에나 어울릴 것 같은 가방을 찾아낸 것이다. 마음이 급해졌다. 후다닥 쇼핑몰 사이트에 가입하고는 결제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아이고~. 이 쇼핑몰, 크롬에서는 결제가 안 된다. 할 수 없이 윈도우 익스플로러를 실행하고 사이트 주소를 복사해 넣는다. 배송정보를 입력하고 신용카드 선택까지 했는데 다음 단계에서 또 멈춤. 결제하려면 액티브엑스를 설치하란다. 다운받고 나니 이미 입력해 놓은 배송정보가 다 날아갔다. 짜증을 억누르고 다시 하나하나 입력한다. 마지막으로 공인인증서가 든 USB를 컴퓨터에 연결하고 나서야 마침내 결제성공.

툭하면 설치하라고 하는 액티브엑스에 항상 'YES'버튼을 눌러온 탓에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몸뚱이는 무겁다. 매번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내가 돈 쓰겠다는데 뭐하는 짓인가' 싶어질 때도 있다. 좋은 점은 있다. 도중에 지름신이 물러가기도 한다는 것.

곰곰이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다. 왜 이리 복잡해야 할까? 답은 의외로 쉽게 나온다. 수요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 아니 관리자 중심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판매자가 얼굴을 맞대고 거래하는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서로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거래의 첫째 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전자상거래의 비대면성 때문에 온라인 시장에서는 소비자와 판매자의 신원 '인증'이 필요하다. 그게 공인인증서다. 공인인증서 발급기관은 금융위원회가 평가해 허가하고 관리한다. 13년째 이어져 온 이 독과점 시장에 진입하려는 사업자들은 평가와 허가라는 정부의 벽 앞에 좌절해왔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미국과 달리 사전규제 시스템인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디어만 갖춘 작은 업체들은 본선에 나오기도 전에 예선에서 지쳐 버린다 "고 말했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샵메일도 공인인증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발상에서 만들어졌고, 역시 대동소이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수요에서 시작하라 (Start with needs)'. 영국 정부의 디지털 서비스 설계 원칙 첫 번째 조항이다. 서비스를 만들기에 앞서 사용자들이 원하는 서비스가 뭔지를 먼저 고민하자는 것이다. 웹표준과는 동떨어진 정부 주도 표준과 정부 지정 기관, 규제와 인증이란 단어로 범벅이 된 한국의 인터넷 정책당국이 귀담아 들어야 할 문장이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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