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지지를 표명하기에 앞서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관련 사실을 사전 설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주미대사관 및 유엔대표부 국정감사에서 안호영 주미대사는 "다양한 레벨의 다양한 접촉을 통해 답변을 듣고 있다"고 답했으며 워싱턴 소식통도 "미국이 집단적 자위권 지지에 앞서 한국 측에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안 대사는 일본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의 지지 발언과 관련해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다수가 공유하는 내용"이라며 미국 정가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이 "그렇다면 외교적 날벼락이 아니냐, 미국이 (한일 문제에 대한) 한국의 정서를 이해하고는 있느냐"고 묻자 안 대사는 "그게 미국은 잘 안 돼 있다"고 인정했다. 안 대사는 "외교에서도 '기브 앤드 테이크'가 중요하다"며 "한국이 미국에 요구만 할게 아니라 미국에 기여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사의 발언을 놓고 최근 동북아 외교 전쟁에서 한국 외교가 시험에 빠져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황진하 새누리당 의원도 "한국이 미국에 요구만 하고 있어 미국 내부에 불만이 많다"며 "일례로 한국 정부는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의 구매를 요구해 승인이 나자 나중에는 가격이 비싸다며 안 사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이서영 주미대사관 무관(소장)은 한국의 전시작전권 전환 재연기 요구와 관련해 "미국이 입장 정리를 내년으로 유보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2015년 12월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 시기의 재연기를 5월 미국에 요청했었다.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도 "미국이 내년 중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수용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미국이 유보적 입장을 보이기 때문에 한국이 반대급부를 치러야 할 가능성이 있다"며 "재연기가 필요했더라도 (전환시기가 2년이나 남은 시점에) 갑작스럽게 요구한 우리의 전술상 실수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이 문제가 막바지에 와 있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력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한국의 부담을 늘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구상과 관련, 안 대사는 "남북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데 북한이 비공식적으로 '관심이 없다'고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는 질의가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뉴욕=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