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 제조업체 도요타자동차와 히타치제작소가 내년 임금 인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제단체 게이단렌(經團聯)이 회원사들에 임금 인상을 요청한 것에 뒤이어 나온 움직임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주도하는 디플레 탈출 전략의 확산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은 17일 총리 관저에서 열린 노사정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실적 개선을 보상의 형태로 환원하고 싶다”며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가와무라 다카시 히타치제작소 사장도 “(임금 인상을) 선택의 하나로 고려 중”이라며 “(기존) 임금 체제의 유지에서 조금 더 발을 디뎌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여금 지급 등을 통한 일시적 임금 인상이 아니라 기본급 자체를 올림으로써 지속적인 임금 인상 효과를 주겠다는 의미다. 이들 기업이 내년 봄 임금을 인상하면 2008년 이후 6년 만이다.
요네쿠라 히로마사(米倉弘昌) 게이단렌(經團連) 회장은 이미 “(아베노믹스에 힘입은) 경제 성장에 따라 기업 실적이 호전되면 보수를 늘리는 것으로 응답하겠다”며 내년 노사교섭 지침인 경영노동정책위원회 보고서에 회원사의 임금 인상을 정식 요구키로 했다.
임금 인상 추진에는 아베 총리의 보이지 않는 압력도 작용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노사정 회의에서 “일본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민간 임금을 결정할 수 없으니 (기업들이) 할 것을 실행에 옮겨달라고 부탁하고 싶다”며 임금 인상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이 추진하는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위해 일본이 디플레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기업이 임금 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아베 총리는 기업이 설비나 연구개발에 투자하면 세금을 감면하고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엔저 효과 등으로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임금 인상을 단행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임금 인상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 4월 소비세가 5%에서 8%로 인상되면 경기 불황에서 벗어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초조함도 있다.
아사히 신문은 “대기업에 비해 체감 경기가 좋지 않은 중소기업이 임금 인상에 적극 협조할 지는 미지수”라며 “게이단렌의 임금 인상 요구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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