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내에서 ‘완패’로 끝난 정부 폐쇄(셧다운) 사태의 책임 소재를 놓고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국가 부도 위기를 볼모로 한 정치 투쟁과 이에 따른 당 지지율 급락의 후폭풍이다.
막판 타협을 이끈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17일(현지시간) 의회전문매체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을 폐지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셧다운을 감행한 것은 전술상 오류였다”며 “내년 1월 잠정예산안의 유효기간이 끝날 때 쓰라린 경험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당내 강경론을 주도한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강경파인 티파티를 겨냥한 발언이다. 매코널은 “지역구인 켄터키의 오랜 친구가 ‘두 번이나 노새로부터 발길질을 당했다면 더 배울 게 없다’고 했다”며 “첫 번째 발길질은 1990년대 중반에 있었고 두 번째는 지난 16일간 있었다”고 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5년 셧다운을 주도했던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의 보좌관이 베이너였던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정치인은 국민의 동의를 얻는데 주력해야 한다”며 “미국인이 더는 공화당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강경파를 겨냥했다.
그러나 티파티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는 이번 타협안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티파티는 이날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매코널이 셧다운 상태를 유지한 채 오바마케어와 싸우기를 거부했다”며 “이 같은 배신 행위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다음달 백악관과 협상에 들어가는데 오바마케어가 반드시 협상 테이블에 올라야 하며 매코널을 비롯한 온건파들이 다시 전면에 나서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내년 1월 15일 잠정예산안 시한을 앞두고 오바마케어 관련 예산의 폐지 또는 삭감을 다시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 일각에선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톰 콜 하원의원은 “상대를 위협하거나 우리의 역량을 과신하지 않아야 정치를 회복할 수 있다”며 “그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전 공화당 상원 대표였던 트렌트 로트는 워싱턴포스트에 “우리에게 더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며 자신이 모든 해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뒤로 물러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이번에 공화당이 이룬 유일한 성과는 미국 경제에 수십억 달러의 손해를 끼치고 국가신인도와 공화당 지지율을 떨어뜨린 것”이라고 혹평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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