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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길, 발끝 닿는 데마다 숨은 매력… 그래서 한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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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길, 발끝 닿는 데마다 숨은 매력… 그래서 한옥이다

입력
2013.10.18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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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왜 좋을까? 지난 3, 4년간 한국 사회에 불었던 한옥 열풍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답은 똑부러진 것이 없다. "친환경적이라서" 라는 답변이 상당수를 차지하지만 한옥에서도 가스 보일러와 전기밥솥을 쓰는 요즘엔 설득력이 없다. 아니면 옛 양식이 자아내는 특유의 향수 또는 고즈넉함 때문일까? 그렇다면 한옥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은 세대의 한옥 사랑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은 한옥에 담긴 과학과 미학을 분석한 책이다. 건축가이자 건축사학자인 임석재 이화여대 건축학부 교수는 한옥에 한국인의 보편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가 존재하고, 그것 때문에 다른 전통 문화들과 달리 명맥이 끊기지 않고 살아 남았다고 말한다. 사회경제적 이유로 모두가 한옥을 짓고 살 수 없는 상황이지만, 한옥에 한국인의 감성을 고양시킬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그것을 현대 주택에 일부 차용해 주거문화의 문제점을 해결해보자는 것이 저자의 제언이다.

책은 한옥을 과학적, 가변적, 감각적, 안정적, 관계지향적인 건축으로 규정한다. 이중 흥미를 끄는 부분은 한옥의 감각적 성격, 그 중에서도 촉각에 관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한옥은 '오감 가운데 촉각에 가장 뛰어난 집'이다. 방에 들어서는 이들은 일단 신발을 벗어야 하고 의자 대신 방바닥에 앉아야 한다. 집과 살갗이 수없이 맞닿는 경험을 통해 인간은 집과 가깝게 교류한다. 눈이나 귀로만 집을 느끼는 게 아니라 피부와 근육, 뼈마디, 몸 속의 내장까지 동원해 집을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옥의 '놀이터 기능'도 주목할 만하다. 하나의 방에 하나의 문만 달린 서구식 주택과 달리 한옥은 방문이 여기저기 달려 있어 모두 열어젖힐 경우 차원이 모호한 공간으로 돌변한다. 하나의 방이 대청으로도 통하고 뒷방으로도 통하는 구조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지 않고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오는 게 가능해 숨바꼭질에 안성맞춤이다. 저자는 경주 양동마을의 고택인 관가정 안채를 예로 몇 개의 동선이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치밀함을 발휘하는데, 방 2개에 대청과 광이 딸린 집에서 무려 2의 15제곱×3의 8제곱 개의 동선이 나온다. 산술적 결론이기는 하지만 집이 동선을 강요하지 않고 사람이 자유롭게 동선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한옥만이 가진 특장점이다.

한옥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저자는 한옥에 담긴 한민족의 정신문화를 칭송하면서 현대인의 불안을 치료하는 데 한옥이 한몫을 담당할 수 있다는 데까지 나간다. 이 같은 주장에는 이견이 따를 수 있다. 그러나 한옥의 구조를 과학적∙심리적으로 분석한 대목은 지금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의탁하고 있는 방과 벽과 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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