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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0월 19일] 3년 내 무력통일 하겠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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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0월 19일] 3년 내 무력통일 하겠다는데

입력
2013.10.1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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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국가정보원의 북한 최근 동향을 접하면서 섬뜩함을 느꼈다.

북한 노동당 제1비서 김정은이 3년 내 한반도를 무력으로 통일하겠다는 말을 수시로 공언했으며, 2007년 6자회담 합의로 가동을 중단하였던 영변원자로 시설을 지난 8월부터 재가동했다고 한다. 동창리에서는 장거리 미사일 엔진연소실험도 했다고 하며,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수십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수도권을 포함해 백령도 등 우리의 서해도서를 겨냥해서 가공할 화력을 가진 122㎜ 다연장포와 신형 240㎜ 장사정포를 대폭 증강했다고 한다. 심히 우려스럽다.

국정원장은 지난 8일 국회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북한의 최근 동향을 보고했다고 여야의원들이 전했다. 화전 양면전술을 주무기로 하는 북한 노동당의 대남 적화전략에 미동의 변화도 없음이 다시 한번 각인되었다.

북한 김정은이 3년 내 한반도를 무력통일 하겠다는 말을 수시로 공언했다는 것은 충격이다. 갓 서른의 북한인민군 최고사령관이 젊은 혈기로 명령을 내린다면 북한군은 언제라도 도발을 다시 감행할 수 있을 것이다. 7,500만 우리 민족은 전쟁의 화마에 내몰릴 수도 있다.

무슨 의미가 함축되어 있을까. 김정은이 권력 승계기간도 없이 1인자로 부상된 지 2년이 되어간다. 당ㆍ정ㆍ군의 권력자 50%를 교체했으며 특히 인민군 핵심 지도부엔 상식 밖의 인사가 반복되는 등 체제가 불안정한 모습도 보인다. 지난해 10월 세계식량계획 발표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30%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극심한 식량난에 주민들은 배가 고프다.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분위기로 몰아가면서 군사력 우위를 앞세우며 내부결속을 다지려는 속셈도 있을 것이다.

남한에는 어떤 메시지를 줄려고 했을까. 북한은 전시사업 세칙을 개정했다고 한다. 공화국 남반부의 민주ㆍ애국역량이 들고 일어나 북에 지원을 요구할 경우 전쟁을 선포한다는 내용을 명기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북한이 말하는 애국역량들을 응원하면서 남남분열에 다시 불을 지펴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을 향해서 통미봉남(通美封南)전술 일환으로 남한과의 갈등을 의도적으로 고조시키고 있다.

핵심은 핵개발 성과에 대한 기대가 아닐까. 3년이라는 구체적인 시한을 말했다. 참고 기다리면 명실공히 핵보유국이 돼 대미ㆍ대남전략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북한의 핵협상을 총괄하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외무성 고위관계자들은 국제회의나 세미나 등에서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에도 한국과 미국의 입장엔 변함이 없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과 불가침조약을 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한 배경에는 북한의 핵포기가 전제돼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내세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적당히 타협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원칙을 갖고 있다.

원자로 재가동과 장거리 미사일 관련 실험 등으로 모처럼 맞은 남북훈풍을 날려버리고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듯 하는 긴장 조성은 북한의 대외신뢰만 추락시킬 뿐이다. 결과적으로는 김정은 체제의 경제발전 노선이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북한 주민들에게 돌아갈 것이고, 북한 내부에 면종복배하는 세력만 늘어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와 안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세일즈외교와 정상회담등 분주하게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과의 한ㆍASEAN안보대화 신설 등 큰 그림을 그려가고 있는데 반하여 북한은 연일 한반도를 불안한 정세로 몰아가고 있다.

북한의 대남위협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모처럼 조성된 남북대화분위기에 먹구름을 뒤덮는 김정은의 일관된 대남위협 언동에 반해 대한민국의 대내외 안보상황이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미국 정치권 문제로 외교 및 안보분야까지 영향을 받고 있으며 살아가기 바쁜 서민들은 섬뜩한 북한동향에도 무관심이다. 해묵은 안보 불감증은 여전하고 정쟁에 휘말려있는 뉴스를 접하는 국민들은 답답하다. 안보에는 여야나 '너와 나'가 없다. 모두가 하나가 돼야 한다. '설마'하는 안이한 생각으로는 대한민국을 지켜나갈 수 없다.

박수근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 ㆍ전 국군정보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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