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8,000톤급 화물선이 침몰한 경북 포항시 영일만항 북방파제에서 지난해에도 유사한 해양사고가 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도 이번처럼 화물선이 높은 파도를 피하다 방파제에 부딪친 것으로 확인돼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9명의 선원 중 11명이 숨지거나 실종한 파나마선적 화물선은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포항 영일만항 북방파제 바깥 900m지점에서 묘박을 하다 강풍에 떠밀려 침몰했다. 항만청은 해경의 요청에 따라 침몰 선박에 대해 2차례나 외해로 피항을 권유했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
피항 권유를 받은 선장은 1개의 닻을 내리고 있다가 닻만 1개 더 내렸고, 공교롭게도 해저 지형이 모래와 자갈로 된 연약한 곳이어서 미끄러져 사고가 났다.
지난해 1월에도 북방파제 인근 600m 해역에서 3만톤급의 파나마 선적 일반화물선이 풍랑 주의보를 피하기 위해 영일만항에 입항하던 중 높은 파도와 강풍으로 방파제에 부딪혀 좌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다량의 벙커C유가 유출돼 인근 백사장을 오염시켰다.
이처럼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해난사고가 잇따르자 인근 주민들은 묘박지 인근해역에 대한 해류와 조류, 해저 지반 등을 정밀 조사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근 어민들은 "포항 앞바다는 영일만 북방파제 바깥이 묘박지인데, 항상 바다에서 육지 쪽으로 파도가 치는 바람에 정박중인 선박의 닻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으면 강풍과 높은 파도에 밀려 북방파제에 충돌할 위험이 높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포항항만청 측은 "묘박지 선정에는 문제가 없으며, 닻을 내리는 위치 선정과외해로 이동 여부는 전적으로 선장의 판단에 달려 있다"며 "이번 사고는 풍랑주의보 속에 일어난 천재"라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3일째 실종자 수색이 계속되는 가운데 선박에서 유출된 다량의 벙커C유가 조류를 타고 확산, 사고해역에서 10㎞ 떨어진 동해면 입암1리 해안에서도 발견돼 해경과 공무원, 주민 등 100여명이 흡착포 등으로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침몰 선박에 대한 인양작업은 현재 기상악화 등으로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 해경은 기상이 좋아지면 정밀 진단 후 대형 크레인으로 곧바로 인양하거나 절단 후 할 예정이며, 1개월 이상 걸릴 전망이다.
한편 선체가 방파제에 부딪치면서 방파제 시설 일부도 파손, 15억원 가량의 보수비가 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항만청은 실종자 수색 등이 끝나는 대로 보험사측과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사고 선박은 255억원 규모의 선주상호보험에 가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정훈기자 jhlee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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