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독성 스모그로 악명 높은 중국 베이징(北京)시가 대기 오염 상태가 심한 경우 차량 홀짝제를 실시하고, 휴교령도 내리는 등 강력한 대책을 실시키로 했다. 또 길에서 양꼬치나 고기를 구워 먹는 것도 금지되며, 폭죽을 터뜨릴 수도 없다.
베이징시는 15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베이징시 공기오염 긴급대책'을 통과시켰다고 북경일보(北京日報)가 16일 전했다. 대책에 따르면 환경공기질량지수(AQI)가 200 이상인 날이 3일 이상 지속되거나 AQI가 300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오렌지색 경보가 발령된다. 이 경우 베이징시는 산업생산과 건설공사, 폭죽놀이, 꼬치구이 등 4가지를 멈추는 4정(四停ㆍ停産, 停工, 停放, 停燒) 조치를 실시한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공장 가동을 줄여 오염 배출량을 30% 이상 감소시켜야만 하며, 일부 건설 현장은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 또 베이징시 전역에서 폭죽놀이가 금지되며, 노천에서 꼬치나 고기를 구워 파는 영업 행위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어 AQI가 300 이상인 날이 3일 이상 예측될 경우엔 홍색 경보가 내려진다. 이 땐 '4정'조치 뿐 아니라 차량과 학업을 제한하는 '2정'(二停ㆍ停車, 停課) 조치가 추가된다. 즉 차량은 번호판 맨 뒤 자릿수에 따라 홀짝제로 운행되며, 모래나 자갈을 실은 화물차는 운행할 수 없게 된다. 또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의 수업이 중단된다.
베이징에서는 지난 5일에도 AQI가 500 가까이 치솟았던 만큼 앞으로 오렌지색 경보가 내려지는 날이 빈번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에 공장을 둔 제조업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더구나 통상 겨울철엔 베이징의 잿빛 독성 스모그가 더 심해진다. 실제로 지난 1월 베이징에서는 단 5일을 제외하곤 모두 스모그가 발생했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엔 중국 재정부가 50억위안(약 8,700억원)의 특별 자금을 마련, 베이징시와 톈진(天津)시, 허베이(河北)성,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산시(山西)성, 산둥(山東)성의 대기 오염 해결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재정부는 이를 주로 장려금 형태로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잿빛 독성 스모그는 이미 6억명 이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중국 정부 보고서의 내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8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중국 칭화(淸華)대가 공동 연구한 결과를 인용, 대기오염이 심각한 중국 북부 지역 주민들의 기대수명은 남부에 비해 평균 5.5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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