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 대상국들에 전통술 니혼슈(日本酒)의 관세 폐지를 요구하는 등 니혼슈 소비 촉진에 나서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TPP 관세 협상에서 와인의 수입관세 철폐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현재 수입 와인에 가격의 15% 혹은 리터당 125엔의 관세를 물리고 있는데 이를 전면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상대 국가에는 니혼슈 관세의 철폐를 요구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줄어드는 소비를 수출로 만회하겠다는 의도다. 일본정책투자은행에 따르면 2000년 99만㎘에 달했던 니혼슈 소비량은 2010년 59만㎘로 40% 가량 감소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맥주와 과일주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니혼슈의 일본 내 소비가 급속히 감소한 것이다.
일본 정부의 기대감은 크다. TPP에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와인 제조국이 대거 참가하고 있고 이들 국가가 와인 관세 철폐를 요구하고 있어 니혼슈의 관세 철폐를 연계할 경우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해외에 일식 레스토랑이 늘어나면서 니혼슈 수출이 최근 10년 사이에 2배로 증가했다"며 "니혼슈의 관세가 철폐되면 수출이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부 자치단체는 니혼슈를 건배주로 활용하자는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 와카야마현 가이난시는 최근 '지자케(지역에서 생산되는 술)로 건배를 추진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가이난시는 일본의 대표적 니혼슈 생산 지역이지만 그 생산량이 전성기의 4분의 1로 감소하자 위기에 처한 술 제조업자들이 조례 제정을 요구해 받아들였다. 니혼슈 등 전통술을 건배주로 사용하자는 조례는 올해 1월 교토시가 처음 제정했으며 지금은 13개 지자체가 비슷한 조례를 만들어 시행 중이다. 조례를 만든다고 해서 건배주로 반드시 니혼슈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례 제정 과정에서 드러난 찬반양론이 홍보 효과를 내면서 니혼슈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관련 전문가는 "자치단체의 조례 제정이 니혼슈 소비 촉진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술 애호가들의 애향심을 자극하는 홍보 수단을 더한다면 니혼슈 소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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