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폐쇄(셧다운)가 16일 만에 극적으로 마감됐지만 미약한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 경제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의회를 통과한 합의안도 근본적 위기 해소책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3개월 미룬 것에 지나지 않아 이미 수십억 달러로 추산되는 셧다운 피해 규모가 계속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셧다운 종료는 단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셧다운 종료로 일시해고됐던 공무원 80만명이 현업에 복귀하면서 통관, 수출금융 등 행정업무가 재개되고, 부채상한 임시 증액에 따른 재정지출 재개로 그 동안 미뤄진 정부 발주가 쇄도하면서 경제적 활력이 일어날 전망이다. 공무원 비율이 높은 워싱턴 등은 소비수요가 되살아나면서 지역 경제 회복이 기대된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초당파정책센터의 샤이 아카바스 연구원은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정부가 정상 가동됐을 때만큼의 수익을 되찾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 보름 넘게 이어진 셧다운 사태의 경제적 여파는 벌써부터 가시화하고 있다. 미국 경기회복을 견인해온 주택경기와 관련, 건설업체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10월 주택시장지수가 6월 이래 최저치인 55를 기록했다. 지수가 50 이상이면 낙관적 전망이 우세하다는 뜻이지만, 시장전망치(58)와 전달 지수(57)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어서 시장 퇴조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소비심리를 대변하는 10월 소비자신뢰지수 역시 9개월 만에 최저치인 75.20을 기록했다. 미국 대형 소매업체 패밀리달러스토어의 하워드 레빈 대표는 "중산층 고객들이 불확실한 경제 전망 때문에 지출을 줄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의 추산을 인용해 "셧다운 기간 동안 발생한 손실이 수십억달러 규모"라고 전했다.
셧다운의 여진은 다른 여건들과 맞물려 계속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해야 하는 시기에 셧다운이 터져 당혹해 하고 있다. 한 기업가는 NYT에 "2014년 예산 편성 작업을 완전히 중단하고 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 디폴트(채무상환불능) 우려까지 겹치면서 단기물을 중심으로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 정부의 자금 차입 부담이 높아진 점도 악재다. 경제전망기관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는 셧다운 여파로 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떨어지고 국내총생산(GDP)이 120억달러(12조7,5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국제신용평가사 S&P는 성장률 0.6% 하락, GDP 240억달러 감소라는 보다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여야의 '예산 전쟁'이 수년 간 이어지면서 정치권의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는 점이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로렌스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디폴트를 모면하는 합의가 이뤄졌다고 해도 채무상환 능력을 의심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미국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2차 시퀘스터(예산 자동삭감) 문제까지 걸려있는 차기 예산·부채한도 협상이 실패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09년 이래 재정위기 해결 지연으로 연성장률 0.3%포인트 하락, 실업률 0.6%포인트 상승(90만명 실업), 기업 차입금리 0.38%포인트 상승 등 피해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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