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5개 계열사에 대해 법원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함에 따라 해당기업들은 일단 정상화를 향한 첫발을 내딛게 됐다. 하지만 피해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고되어 있는데다, 현재현 회장 측의 영향력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어 정상화까지 매우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일단 동양그룹과 법원은 회생계획인가와 채무변제 등 관련 절차를 최대한 빨리 진행해 내년 초부터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 법정관리를 조기 졸업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법원은 5개 계열사 중 그나마 우량 회사에 속하는 동양시멘트의 경우, 영업력만 회복하면 조기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은 관계사 주식처분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동양매직과 동양파워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한 매각작업도 병행된다.
하지만 다른 법정관리 기업에 비해 동양그룹은 상당한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를 매입했던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한 은행관계자는 "회생계획안 수립과정에서 채권자들의 손실분담비율이 정해질 텐데 개인 회사채ㆍCP 투자자들의 손실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과연 개인투자자들이 이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대우그룹 회사채 때도 개인투자자 반발이 많았지만 특히 동양그룹은 기본적으로 불완전판매 논란에 휩싸여 있어 채권자 의견조율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채권자 이해조정이 늦어질수록 동양그룹의 정상화 일정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옛 경영진의 잔류도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고 있다. 법정관리 5개사 중 현 경영진이 배제된 곳은 이혜경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철 대표와 현 회장의 장남인 현승담 대표가 각자 대표이사로 있는 동양네트웍스가 유일하다.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은 기존 대표와 외부인사가 공동관리인을 맡았고, 동양시멘트는 김종오 현 대표가 단독 법정관리인 역할을 하게 됐다.
이처럼 현 경영진이 4개 계열사에 그대로 잔류함에 따라, 부실에 책임 있는 대주주가 계속 입김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양 관계자는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오너 일가가 막후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게 과연 가능이나 하겠느냐"고 밝혔지만, 격앙된 개인투자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자산을 팔아 경영을 정상화하는 것. 하지만 이미 매각타이밍을 놓친 터라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컨대 삼척화력발전소 사업권을 가진 동양파워의 경우 1조원대 가치를 갖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시장의 호가는 이를 크게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계약 직전까지 갔던 동양매직 매각도 무기 연기된 상태다.
현 회장 오너 일가는 부실ㆍ부도덕한 대주주란 오명 속에 검찰수사까지 받게 됐다. 일부 계열사는 건져 '미니 동양그룹'을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사법처리 여부가 더 급한 불인 상태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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