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해외에서 한은 직원들의 역량을 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였다. 한은 노동조합은 "중앙은행 총재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17일 한은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김 총재가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 발언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김 총재는 이 자리에서 "한은 사람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만큼 많이 알면 (금융감독 기능을) 줘도 되지만 모르면 주지 말아야 한다. 수준이 되어야 기능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실력이 없는 사람한테 뭐 하라고 하는 것만큼 황당한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은 직원들은 실력이 없다는 식으로 들릴 수 있는 발언인 것이다.
한은이 제공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총재는 이 밖에도 "중앙은행에 미시감독 기능을 주면 그 순간에 망하는 거야" "(한은 사람들이) 정말 불쌍한 거야. 공부를 안 하고 계속 독립성, 독립성 하다가 이제 안 되는 거죠"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자신에 대해서는 "우리가 재작년에 한국은행법을 개정을 했잖아요. 제가 없었으면 안 됐을 겁니다" "한은 총재가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데서 발표하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거죠. 그날 제일 앞에 있던 사람이 (차기 Fed 의장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 하고 조지 애커로프였어요. 애커로프가 저랑 얘기를 했는데 IMF 회의에서 발표했다는 것은 굉장한 거였어요"라면서 자랑을 늘어놓았다.
김 총재의 이번 발언은 중앙은행 총재로서의 품위를 생각할 때 상당히 직설적이고 논란의 소지가 있어 18일 열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재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한은 노조는 "김 총재는 취임 초기부터 'VIP브리프' 등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크게 훼손했으며, 정부와의 정책공조 등을 이유로 금리 결정에 있어서도 시장의 신뢰를 상실했다"며 "이에 그치지 않고 한은 조직 및 직원에 대해 근거 없는 비난과 폄하 발언을 해 중앙은행의 신뢰를 스스로 저버렸고, 직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이어 "망발을 중단하고 국민과 직원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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