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학보가 편집인의 일방적인 '결호(缺號) 선언'으로 이번 주에 발행 되지 않아 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16일 성균관대 학보사 '성대신문'과 학교 측에 따르면 학보 주간인 김모 교수는 기자들이 지난주 초 자신과 논의한 주제의 기획기사가 아닌 대체 기획기사를 학보에 실으려 했다는 이유로 14일자 발행 예정이던 성대신문 제1552호를 내지 않았다.
기자들은 당초 1, 2면에 걸쳐 다루려 했던 수강신청 관련 기획기사가 기사를 쓰기에 부적절하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해당 지면을 대체할 기획기사를 이틀간 준비해 조판 당일인 12일 주간에게 제출했다. 대체 기획은 학내 동아리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관계자들을 초청해 열기로 했던 간담회 장소를 학교가 일방적으로 폐쇄한 사건 등을 다룬 것으로, 기자들은 11일 오후 취재를 마치고 12일 오전 기사 초안을 작성해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주간은 "조판 당일 새로운 기획을 논의하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며 광고로 1, 2면을 채울 것을 요구했고, 이에 반발하는 기자들과 14시간에 걸친 회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결호를 선언했다. 주간은 이 자리에서 "(결호와 관련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들은 "취재 약속이 어긋나거나 시의성 있는 소재가 갑자기 등장할 수 있는 신문의 특성상 조판 때 기사가 바뀌는 경우가 잦고, 올해만 3차례 이상 있었다"며 "이번에 유독 결호까지 선언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기자들은 주간 사퇴와 편집권 보장을 위한 성대언론사규정 개정, 총장의 학보 배포여부 결정권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주간이 학교에 부담이 되는 민감한 기사가 실리는 것을 우려해 신문 발행을 막은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온다. 주간은 지난해 3월에도 결호를 선언, 두 달간 학보사 파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문제가 된 기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학교와 재단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강의 계약이 취소됐다고 주장했던 류승완 박사의 1인 시위 관련 보도였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기자들이 대체 기획을 조판 당일에 뒤늦게 가져와 기사 내용이 부실하거나 팩트 검증이 안 될 수 있어서 그런 것이지, 소재가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주간 사퇴는 총장이 결정할 일이며 학보사는 일반적인 동아리가 아닌 학교 부속기관으로, 발행인인 총장의 배포권 등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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