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경쟁 당국으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조사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가 이를 끝내기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애플 등 경쟁사들과 필수표준특허(SEPs) 소송을 중단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와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유럽에서 특허 라이선스 계약에 합의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모바일 제품의 필수표준특허 소송을 5년 동안 유예하겠다는 시정 방안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애플과 전세계 10개 나라 이상에서 특허 침해 소송을 벌이고 있다. EU 경쟁당국은 삼성전자가 자사 특허권을 남용해 유럽 각지에서 애플의 영업을 부당하게 방해했다고 보고 지난해 12월부터 조사를 진행하고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의 필수표준특허 침해를 이유로 유럽 각국 법원에 애플 제품의 판매 금지를 요청했는데, 이것이 반독점 규제를 거스르는 행위라는 것이다. 만약 반독점 위반이 확정되면 삼성은 EU측에 183억 달러(약 19조4,500억원)에 이르는 벌금을 물어야 할 상황이다.
호아킨 알무니아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표준화 작업이 적절하게 이뤄지고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필수표준특허를 남용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며 삼성전자의 판매 금지 요청이 적절치 않았음을 지적했다.
한 특허 관련 전문가는 "최근 유럽에서는 필수표준특허는 되도록 여러 기업이 공유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줘야 하며 특허를 가진 기업이 판매금지 요청 등 상대 기업을 향해 법적으로 문제 삼을 경우 되려 그 기업이 철퇴를 맞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며 "이번 제안은 삼성전자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내놓은 자구책"이라고 설명했다.
EU 경쟁 당국은 앞으로 한 달 동안 삼성전자의 시정 방안을 받아들일 것인지를 이해 당사자에게 묻는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U 당국과 이해당사자들이 삼성전자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벌금 부과 없이 '합의종결(Commitment)'로 조사가 끝난다. 단 이번 타협안이 받아들여진다 해도 삼성전자의 필수표준특허권이 약화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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