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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세종시 기재부 공무원들 "괴로운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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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세종시 기재부 공무원들 "괴로운 국감"

입력
2013.10.1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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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국정감사 첫날인 16일 저녁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기재부 고위 간부들이 청사에 준비된 만찬장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기재부 공무원들은 주린 배를 움켜잡은 채 복도를 서성이기나 사무실과 회의실을 힘없이 오갔다. 이날 기재부 공무원 상당수가 저녁을 굶어야 했기 때문이다. 구내식당 마감시간이 오후 7시 30분인데, 기재위가 오후 8시가 다 돼서야 저녁을 먹기 위해 감사중지를 결정한 탓이다.

공무원들은 청사 구내식당이 문을 닫으면 굶을 수밖에 없다. 세종청사 주변에는 아직 제대로 된 식당은커녕 김밥 등을 배달시킬 분식집도 하나 없다. 국감이라 단 5분 자리를 비우는 것도 눈치가 보이는데 차로 20분 이상 걸리는 인근 지역으로 나가 한 끼를 해결하고 온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 세종시 한 공무원은 "국감 시작 전에 상임위원장에 구내식당 마감 시간을 미리 알리고 양해를 구했지만 그 뿐"이라며 "언제 의원들이 공무원 사정을 고려해준 적이 있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올해 처음으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로 공무원들은 말 그대로 '풍찬노숙'의 신세가 됐다. 들쭉날쭉한 국감질의 일정 때문에 끼니는 거르기 일쑤다. 국감 장소도 상임위 의원들의 편의에 따라 정부세종청사ㆍ국회로 오락가락하는 통에 이틀이 멀다 하고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는 강행군을 해야 한다. 대중교통편이 끊긴 뒤 회의가 끝나면 동료 공무원 집에서 새우잠을 자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세종시 이전 후 직원들의 주거지가 서울, 경기 과천, 세종, 대전 등지로 나눠졌는데, 이곳들을 잇는 대중교통 편은 마땅치 않은 탓이다.

급기야 16일 기재부 국감에서는 한 의원이 "구내식당이 문을 닫아 공무원들이 죄다 굶었다"며 "국감에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막차가 끊기기 전에 퇴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뒤이어 강길부 위원장의 요청을 받은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지만 자리를 뜨는 사람은 없었다. 한 공무원은 "부총리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가란다고 진짜 갈 수 있는 공무원이 있겠느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날 국감은 서울행 고속버스가 모두 끊긴 10시 30분에 끝났다. 이 때문에 서울에 집이 있는 기재부 공무원들은 세종시에 거주하는 동료 집에서 쪽잠을 잔 뒤, 다음날 오전 6시 30분에 기재부가 급하게 마련한 버스 3대를 나눠 타고 곧장 국회로 향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재부 내에서는 이번 주말로 일정이 잡혀있는 체육대회를 두고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기재부 한 공무원은 "내년 예산안 준비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대비 때문에 추석 연휴도 반납했다"며 "세종청사로 이전한 후에는 주말밖에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이 없는데, 토요일까지 나와야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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