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착취와 강제 결혼 등에 시달리는 현대판 노예가 전세계적으로 약 3,000만명에 달한다고 호주의 인권단체 워크프리재단(WFF)이 주장했다. WFF는 16일(현지시간) 발표한 '2013 세계 노예지수' 보고서에서 162개국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약 2,980만명이 현대판 노예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엔은 1949년 인신매매 및 성매매 착취 등의 노예제 관행을 금지하는 국제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과거 노예제와 비슷한 개인 소유 노예나 빚 때문에 육신을 담보로 제공하는 현대판 노예는 끊이지 않았다.
WFF는 아프리카 모리타니의 노예지수가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노예지수는 인구 중 노예가 차지하는 비율을 지수화한 것이다. 모리타니는 인구 380만명 중 약 4%(15만1,000명)가 노예 상태에 있어 노예지수가 97.9점(100점 만점)이나 됐다. 모리타니의 노예제는 혈연관계에 의해 대물림 된다. 모리타니 정부는 노예제를 금하고 있지만 국토의 4분의 3이 사막이라 제대로 단속을 하지 못하고 있다. 2위는 중남미 최빈국 아이티였고 이어 파키스탄, 인도, 네팔, 몰도바, 베냉, 코트디부아르, 잠비아, 가봉 순이었다.
WFF는 노예 수만을 고려한 세계 10대 노예 국가 중에서는 인도(1,390만명)가 1위라고 밝혔다. 그 다음으로는 중국(290만명), 파키스탄(210만명), 나이지리아(70만1,000명), 에티오피아(65만1,000명), 러시아(51만6,000명), 태국(47만3,000명), 콩고민주공화국(46만2,000명), 미얀마(38만4,000명), 방글라데시(34만3,000명) 순이었다. WFF는 이들 10개 국가의 노예가 전세계 노예의 76%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WFF는 보고서에서 "인도는 노예의 대물림과 아동 노동, 성 착취, 강제 결혼 등 모든 노예 형태가 집약된 국가"라며 "출생 등록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정부의 도움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전체 인구 5,000만명 중 1만451명이 노예 상태로 노예 지수는 2.32점(137위)이었다. 북한은 이번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WFF 수석 연구원인 케빈 베일스 영국 헐대학 교수는 "영국이나 핀란드 등 선진국도 노예가 정부 추산보다 6~10배 많다"며 "값싼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이들 국가가 인신매매 등을 통한 노예 수출의 목적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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